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지음, 이철형 그림 / 국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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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말을 하는 곳

 

: 윤병무

그림: 이철형

 

 

  책의 겉표지를 보면 눈이 차분히 내리고 있다. 유리 대신 창호지로 되어 있는 출입문 아니 방문인가...옛 시골집 문 밖에는 가지런히 신발 한 켤레가 놓여있다. 책의 뒷면 겉표지는 익숙하지만 낯선 곳곳을 내딛는 사각사각한 마음 여행!’ ‘밤하늘에 눈을 씻는 곳’, ‘고향보다 더 그리운 곳’....부터 ‘<>이라는 마음의 저울 이 있는 곳’, ‘단돈 몇 십 원으로 언어 예절을 배웠던 곳이라고 밤하늘에 비치는 첨성대를 한 모양(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잠시 보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이 엄마, 문장들이 꼭 첨성대 모양이네.”라고 미소를 띄고는, 아래 바코드에 젓가락을 끼워 넣은 출판사 [국수]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대박! 아이디어 좋다!!”라고 해서...)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열되어있다.

 

  이 책은 시인 윤병무님이 지난 3년간 매주 연재해 온 153편의 산문 중에 장소만을 추려 묶었다. 윤명무님의 이야기에 푹 빠져 내 삶도 함께 돌아보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삶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쁘고 즐겁고 슬프고 아프고 웃프고 애잔한 등등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와 함께 거닐며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그저 글로 쓴 이야기를 내 눈 속에 담았을 뿐인데 말이다. 자신의 경험, 혹은 어떤 지인의 경험을 떠올리며 구체적이지만 간결하게 스토리텔링 형식(마치 직접 이야기 하듯)으로 설명을 하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 한 스토리가 끝나면 덧말이라고 해서 좀 더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에 작가의 느낌이나 생각을 잘 정리하여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 이야기가 끝나면 그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음악을 가사와 함께 소개하는 부분이 있는데, 많은 음악들을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지 못해서(내 기준(40)에서 보면 전통 가요나 올드 팝송 등인 것 같았다) 어떤 음악인지 가사 전체 내용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 이 책이 물론 노래나 음악을 들려주려는 목적이 전혀 아니어서 그랬겠지만 덧말에 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읽을 때마다 큐알코드가 있어서 그 음악이나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을 해보았다(그래서 한 번 더 읽을 때는 노래들을 찾아보며 읽어볼 예정이다, 좀 번거롭긴 하겠지만^^;) 그리고 독자가 궁금해할만한 부분, 예를 들면 맛 집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라든지, 엘리베이터나 공중전화, 화장실의 유래 등에 대한 정보, 지식 등을 알 수 있어 어른이라고, 엄마라고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짠한 착각을 하고 있는 우리 딸에게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들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도 든다.

 

  이 책에는 장소마다 희노애락을 담은 사연들이 있다. 너무 바쁘게만 살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갈 것이기에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소중해서 보물 상자에 담아 언제든지 꺼내보고 싶은 추억들이다.

  내 마음이 향하고 있는 곳,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열쇠 꾸러미, 오래 된 국수집, 그리고 영화관; 누군가의 어깨를 잠시 빌리며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봐서 좋았던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어서 좋았던 건지... 윤병무 님의 <눈속말을 하는 곳>을 읽으며 동행하면서 나 역시도 어느새 내 기억 저편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나의 희노애락이 있는 장소들을 회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일요일에 올 해 첫 눈이 왔다. 창문을 열고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 사진 속에는 내가 상상했던 파란 하늘에 예쁜 눈송이가 아닌 하얀 허공에 떨어지는 먼지처럼 보였다. 비록 내가 원하는 사진은 아니었지만 사진을 볼 때마다 아이와 함께 서로 까르르르 웃었던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 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날 소복소복 쌓이는 하얀 눈을 보며 눈속말을 해보았다, <눈속말을 하는 곳> 마지막 장을 넘기며...

 

 (또 이 한 권의 서평으로 소중한 책을 제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해주신 <허니에듀>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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