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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엄마 ㅣ 책이 좋아 1단계 7
김다노 지음, 오정택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8년 7월
평점 :
바로의 여덟 번째 생일, “귀여운 햄스터 갖고 싶어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중에!”
바로의 아홉 번째 생일, “털은 눈처럼 희고 눈동자가 파란색인 예쁜 고양이를 갖고 싶어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중에!”
바로의 열 번째 생일, “나를 등에 태울 수 있을 만큼 크고, 곰이랑 싸워도 이길 수 있을 만큼 힘이 센 개를 키우고 싶어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중에!”
왜 엄마는 ‘나중에’라는 말을 반복만하며 결국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 하시는 걸까? 왜 만날 내 말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무시당하는 기분이 드는 걸까? 엄청 짜증난다. 바로의 기분이다. 10살 생일을 맞이하던 그 때에도 여전히 엄마는 바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그 말 한마디를 던진다. 바로 그 때, 덜컹 덜컹 창문이 흔들거리고 어디선가 요상한 바람이 불어 닥치는데...
“엄마?”
엄마가...
...
변했다.
작가의 재미있는 상상력 덕분에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로는 그동안 엄마 때문에 미루어왔던 소원(?)들을 다 이룬 것 같다. 이 일로 바로가 통쾌한 느낌만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일로 바로도 엄마도 다시 한 번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와 바로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니 청소는 퇴근 후에, 나중에 해야지.
소풍날 아이들 점심 싸줘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김밥 사주고 나중에 정성껏 싸줘야지.
공부도 봐줘야 하는데 지금은 피곤하니 나중에 도와줘야지.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오늘만 맛있는 거 먹고 내일부터 해야지.
영어 회화 공부를 위해 책을 사 놓고 공부는 내일부터 해야지.
방 정리도,
옷 정리도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나중에 엄마’라는 책 제목만 보고 저건 분명 내 이야기이겠구나 싶었다. 평소 나에 대해서는 내 자신이 너무나 관대하기 때문에 나중에 해결하려 했던 모든 일들은 결국 좋은 결말을 맺거나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이 된 건 아닐까 나는 여전히 불안해하기만 한다. 게다가 나의 소중한 내 아이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는데 무심한 듯 ‘나중에’를 연발하고 있으니... 이 책을 보는 순간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말이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름 방학에도 아이는 계속 눈을 맞추며 나에게 이야기 했었다.
엄마, 키자니아 가고 싶어요.
엄마, 가족들이랑 바닷가에 놀러 가고 싶어요.
엄마, 발레도 배우고 싶고 뮤지컬도 배우고 싶어요.
엄마, 엄마랑 아빠랑 함께 가족 금연 신문 만들고 싶어요.
엄마, 동물원 가고 싶어요.
엄마, 핸드폰 갖고 싶어요. 가족들과 연락이 안 되면 너무 답답하고 걱정이 되요.
엄마, 친구들이랑 수영장 가고 싶어요.
이럴 때 마다 나 역시도, 엄마에겐 가장 쉽지만 아이들은 가장 듣기 싫은 말 ‘나중에!’를 외치며 아이 뜻은 외면한 채 그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엄마도 일하느라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를 대가며 아이가 재미있게 보내고 싶었을 방학을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고, 결국 오늘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다. 아이에게는 늘 ‘지금’, ‘당장’, ‘빨리’, ‘제대로’를 연발하면서 엄마 자신에게는 얼마나 너그러웠는지 엄마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는 행복해했다.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엄마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아이들만이 느꼈을 답답하고 짜증났던 마음이 이 말도 안 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엄마와 함께 읽음으로서 엄마에게 모두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즐거워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스토리 전개가 좀 짧아 많이 아쉽지만 이 책은 꼭 부모님들도 읽었으면, 아니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공감해준다면 최고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