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한 해를 넘긴 방관자의 애도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현재 2015년 1월 1일 세월호 사고 후 횟수로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의 눈앞에 진실은 전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은 그 주 금요일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즐겁게 수학여행 길에 오른 아이도 있고 가기 싫어서 툴툴거리며 여행길에 오른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배가 뒤집히고 아무도 구해주지 않은 이러한 참사를 예상한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가?


  이 이야기들은 선하고 아름다웠던 아이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전혀 구조하지 않은 진실과 언론에서 볼 수 없는 그들의 치열한 애도의 모습들이다. 가수 신해철이 떠나갔을 때 어느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 죽음의 원인에 대해 짚어보며 작가 유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고 하는 것이 일상사이지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는 애도행위가 필요하고 애도 기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해서 떠나게 되었는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이 애도를 제대로 하는 전제가 되는 것이다. 신해철이라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의 죽음을 맞아 제대로 된 애도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짚어봐야 한다.” 삼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애도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다수의 무지와 침묵 속에서 다정한 아빠가 될 건우를 잃어버렸고, 망설임 없이 친구를 구하러 사지로 다시 들어간 아마도 먼 훗날 선량한 리더가 될 미지를 잃었다. 미래에 국어 선생님이 될 호성이를 잃었고 아버지의 유일한 가족인 소연이를 잃었다. 언니와 다정했던 승희를 잃었으며 아웃사이더라 생각되던 친구들을 보듬었던 창현이를 잃었으며 눈에 띄게 예뻤던 지성이를 잃었다. ‘사랑해’란 말을 달고 살던 수현이를 잃었고 식구들을 위해 무엇이든 양보하던 채원이를 잃었으며 미래의 자신에 대한 계획이 똑부러진 준우를 잃었으며 조향사가 될 세희와 약한 아이들을 보듬던 제훈이를 잃었다. 그 어느 아이가 예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책을 읽는 도중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에 '천안함 추모 나라사랑 대회'라는 것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추모의 시를 지었고 승희는 [항해]란 시로 입상을 했다고 한다. 제훈이의 시는 참사를 예언한 듯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정말 반사적으로 욕이 나왔다. 국민이 없는 나라가 있을 수 있나? 세월호에 올랐던 사람은 국민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그 시간 그 곳에 국가는 없었다. 영화 <다이빙 벨>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했으며 왜 국가는 거기에 없었는지를 증명했다면 차가운 바다 속에 아이들을 방치하고 그 하나하나의 사실들로 인해 상처받고 통곡한 이들이 바로 이 가족들이다. 한 아이 한 아이의 이야기를 넘길 때 마다 눈물과 분노로 북받칠 수밖에 없고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모님들은 그 현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나온 아이를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는 가슴 아픈 상황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한 아버지 어머니들의 모습은 팽목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지옥을 감내한 그들이 슬픔으로만 그 시간들을 이어가고 있지 않았다. 아들이 인생의 동지였던 수현이의 아버지는 수현이가 남긴 버킷리스트를 실행했고 호성이의 어머니는 만능이 됐고 애가 힘들게 갔는데 부모가 편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뭐든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제훈이의 어머님은 동생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외동인 아이를 두었던 부모님들을 걱정했고 준우의 부모님은 준우 친구 5인방의 부모님들과 모임을 만들고 서로 보듬고 안아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는 이렇게 할 수 있지만 정작 그 현장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유가족이며 형제였고 자매였고 남매였던 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미안함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게한다. 그런 그들이 그들을 왜면 하려하는 세상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뛰고 있다.

  
   사람은 보통 편한 것을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전원구조’라는 전무후무한 오보를 내고도 지금까지 거짓을 세상에 보도하는 쓰레기 언론의 시작점은 아마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덮어버리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마음일 지도 모른다. 사람에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었던 언론들과 덮혀버린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앞으로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유가족들은 말한다. 정보에 취약하여 잘못된 보도로 인한 왜곡된 타인들의 시선들이 두려워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아가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의 고비를 넘어가야 상식적인 세상이 올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그렇게 한발한발 나아가야 멀쩡한 사람 수백 명을 그냥 수장시키는 이런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안이한 선의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인간의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다. 엄청난 수난과 희생이 지나고 나서야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처절히 깨닫는다. 그래야 조금이나만 약자를 돌아볼 수 있는 세상이 더디게 온다. 늘 이러한 방식의 반복이 바로 인간의 역사다. 수현 아버지의 이 말이 무지한 사람들의 침묵을 깨 주었으면 좋겠다. “나 우리아들 사랑한 만큼 나댈거다.”

   지금까지 무심히 흘러 온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부끄럽다. 그 무심한 시간들에 의해 사람들은 거짓된 언론에 휘둘리고 애도의 시간을 지겨워하고 유가족들 앞에서 차마 사람으로 할 수 없는 일들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그들의 곁을 지켜야 한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다리는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소외되지 않게 하기 위해 장례를 치르고 남은 가족들에게로 돌아갔던 세희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야 한다. 같은 무게의 아픔을 짊어지고도 실종자 앞에서 울지 못했던 21년 전 눈앞에서 벌어진 서해 페리 사고 이후 적지 않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똑같은 사고를 되풀이하는 이 세상 속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이 땅의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탄식하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들은 그날 이후 계속될 상실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특별법을 만들고 거짓된 언론에 속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며 또 다시 인고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 삼백의 영혼들 모두가 상실된 자신의 가족이라 생각하며 그리고 그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이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살고 있다. 이는 안전한 세상을 살기위해 만들어져야할 특별법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곁에서 그날을 기억하고 바라보아야 한다. 그들에 비해 우리가 하는 것은 너무나 미약하다. 기억하고 응원하고 그것조차 못한다면 사람으로 이 땅의 주인으로 살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