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스터 타이거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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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계손향은 아리따우며 만개한 꽃, 기생이다. 계손향에게는 젊음과 미모만큼 빼어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노래였다. 오늘 역시, 취운정 손님맞이 연회에서 노래를 부를 참이었다. 계손향은 친구 영월과 조잘대며 연회로 향했다. 연회에는 '푸른 눈의 호랑이'라고 불리는 양인이 앉아 있었다. 계손향은 푸른 눈에 흥미가 동하여 물었다.
"메카 아오이토, 세카이모 아오이?" 28p
남자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와타시와 키미토 오나지 세카이오 미테이마스."
나는 그대와 같은 세상을 보고 있어요. 28, 29p
그 뒤, 남자는 계손향에게 손을 내밀었다. 계손향 역시 내민 손을 잡았다. 둘은 연회를 빠져나와 풍경을 거닌다. 남자가 조선말을 알고 싶다 했으므로 계손향은 하늘, 구름, 새, 이렇게 하나씩 알려주었다. 둘은 희한하게도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의미는 통하는 대화를 하였다.
저녁나절 연회가 파하고 기방으로 돌아가는 길, 계손향은 자꾸만 남자가 생각나는데...

『안녕, 미스터 타이거』는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여성 서사가 더 눈에 밟히는 책이었다. 계손향의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방식은 로맨스에 가깝다. 주인공이 푸른눈의 노월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 나간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몽글몽글해진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데도 의미를 더 폭넓고 아름답게 전달하는 게 가능하구나, 하고.
무엇보다 계손향과 노월 둘 다 서로의 언어를 배운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가 곧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어가 같아도 오해하고 서로를 미워하는 사랑도 있는데, 둘은 그렇지 않았다. 또 서로를 원해서 얻고 싶어 하기보단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하여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름다웠다.

그러나 계손향의 성장과 여성 서사가 더 기억에 남았다.

"그렇다면 미리견에서는 동가식서가숙하는 여인도 아름답다 하나요?"
(···)
"여인의 삶은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군요." 31,32p

이건 초반 부분이다. 나는 당시 여성의 억압된 삶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과거 여성은 날개가 있어도 날 수 없는 새장 속의 새였다. 날개가 결박당하고 자유를 억압받는 삶을 살았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가 어찌 그러냐. 와 같은 말을 들으면서, 들고 싶은 것 하나 하고 싶은 것 하나 하지 못했다. 계손향 역시 초반부 특별히 무언갈 갈망한다거나 변화하려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계손향은 성장한다.

"여자가 신문사 사진반원이라니 하늘이 무너질 일이로구먼."
(···)
"을사년에도, 정미년에도, 경술년에도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질거라 하였지 않소. 한데 하늘은 여태껏 멀쩡히 뻗대고 있대요. 여인에게도 눈이 있거늘, 여인이 본 바를 사진으로 박는다고 무너질 하늘이면 진즉에 무너졌겠지요." 238p
나는 이 부분에서 벅차오름을 느꼈다. 계손향이 편견과 억압을 당당하게 버텨내는 모습이지 않는가. 이 부분을 보고 나서야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계손향과 노월의 러브스토리.'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 여성이 차별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 스토리.'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이다.

『안녕, 미스터 타이거』는 여성의 성장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읽어야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꼭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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