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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다섯 번의 자살과 다섯 편의 유서 같은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지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4월
평점 :
(『인간 실격』은 오바 요조라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기는 하나,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하여, 서평에서는 이해하기 쉽도록 오바 요조를 다자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할 것임에 양해 바란다)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문호 작가를 물었을 때 세 손가락 내에 반드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명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 역시, 현대까지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한데, 이토록 가치 있는 작품을 쓴 작가가 어째서 5번이나 자살을 기도하였던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인간 실격』에서 찾을 수 있다.
몹시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저는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을 도통 가늠할 수 없습니다. 13p
해당 문장을 시작으로 다자이는 자신의 삶을 풀어나간다.
그는 어린 시절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허기짐을 느끼지 않았지만 살기 위해 밥을 먹어야만 했다. 이는 그에게 큰 고난이었고 고통이었다. 원하지 않은 것을 남들과 같기 위하여 해야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저는 모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지워진 고통의 성질과 정도를 영 짐작할 수 없습니다. 실질적인 고통, 그냥 밥만 먹으면 해결되는 고통,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고통이어서 내 열 가지 재앙 같은 건 가볍게 날려버릴 만큼 처참한 무간지옥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지, 그건 알 수 없어, 한데 그런 것치고는 잘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미치지도 않으며 정치를 논하고, 절망하지도 않은 채 꿋꿋이 삶의 투쟁을 이어나가는구나.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고, 그게 당연하다고 확신하면서 한 번도 스스로를 의심해본 적 없는 게 아닐까? 그럼 편하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살고, 또 그게 정답일 수도 있지, 모르겠어. 16-17p
하여, 다자이는 이렇게 질문한 거다. "저는 고통을 느끼며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하물며 저보다 큰 고통을 가진 인간들은 어떻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나는 이 단락이, 남을 멋대로 판단하여 배척하는 세상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졌다. 보편적인 사람들은 '한 번도 스스로를 의심해본 적 없는' 상태로 살아간다. 한마디로 보편적인 사람들은 태어난 세상의 법칙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보편적이지 않은 이들도 있기 마련, 그들에게 보편적인 모습은 거북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이들을 사회 부적응자라고 낙인찍으며 배척한다.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데. 이렇게 멋대로 규정한다니.
아무튼, 다자이는 이를 어린 나이에 느끼게 되었다. 해서, 그는 익살로 자신의 '보편적이지 않음'을 매우며 살아간다.
『인간 실격』을 다 읽고서 든 첫째 생각은 충격이었다. 나는 초반부,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물에게 공감하고 그를 이해하며 시작했는데 클라이막스에 다다를수록 그의 행동이 기행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다자이 오사무는 저의 아내가 겁탈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이 부분을 읽고 나자, 그를 믿고 공감하며 따라온 내 시간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한한 신뢰를 선물해 준 이에게 어찌 이런 대우를 하는 걸까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충격이 가시고 나니, 이러한 생각이 나를 지배하였다. 다자이는 자신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서술하였을까? 하고. 그렇게도 인간을 가늠할 수 없어 했던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돈에 팔아넘기는 선택을 하기가 얼마나 큰 어려움이었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몹시 착잡해졌다.
『인간 실격』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만약 나는 당신이 아직 『인간 실격』을 읽지 않았다면 꼭 읽기를 권한다. 책이라는 건 문학이므로 내가 읽고 느낀 것이 정답이 되는 것이다. 내가 슬펐다면 슬픈 책이 되는 것이고 내가 기뻤다면 기쁜 책이 되는 것이다. 『인간 실격』을 읽고 다자이 오사무를 일본 문학계에 정수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지 않은 생각을 하는 것도, 나처럼 아리송한 마음을 가지는 것까지람도 정답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공유하겠다.
나는, 맹렬하게 살아내기 위해, 죽는다. 239p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