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를 타고 내려갈 때 보니 언덕 꼭대기에 버터가 두텁게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어요. 삶은 감자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기도 했고요. 꼭꼭씹어꿁걱!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먹던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저기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저찌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헌 꽃숲에 들어 비로소 나의 적막을 본다저 가벼운 나비의 영혼은 숲의 적막을 날고하얀 산수국, 그 고운 헌꽃이 내 적막을 위에 핀다기약한 세월호, 기다림이 다하는 날도 오기는 오는 걸까이름도 없이 서 있던 층층나무, 때죽나무도 한꺼번에 슬퍼지던 날그리운 얼굴 하나로 세상이 아득해지던 날내 적막을 위에 헌꽃이 하나 피었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카스파는 아주 튼튼했어요.살이 쪄서 공처럼 둥그렜지요.볼은 발그레하고 생기가 넘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