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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평점 :
성석제 하면 떠오르는 건 재미있는 이야기꾼이란 것이다. 그런 그가 어쩐지 재미보다는 우리 현실을 아프게 건디는 소설로 독자를 만난 것이
투명인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성석제의 소설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사실로 그치지 않는다. 웃게 만들면서도 뭔가 머리 한 구석에서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투명인간이란 소설의 제목만 보아서는 성석제 특유의 유머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하였다. 자살대교란 별명을 가진 마포대교에서 한
남자가 다리 위에 있다. 마포대교 위의 한 남자도 투명인간이지만 그를 본 남자도 투명인간이다. 투명인간은 보통의 인간들에겐 보이지
않지만 투명인간끼리는 서로 알아본다. 마포대교 위에 있던 남자의 이름은 김만수. 이야기는 김만수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부터 시작한다.
첫 주인공 '나'는 소설이 끝날 때 등장하는 이재성이지만 두 번째 '나'는 만수의 어머니다. 이렇게 주인공 '나'는 자주 바뀐다. 때론 만수의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나오기도 하지만 때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참 오랜 시간을 다루었다. 마포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만들어진 것이 몇년 되지 않았으니
최근까지의 역사를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물들의 주된 흐름은 1970-80년대다. 문득 소설을 읽으면서 80년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나보다 최소 10년 전의 사람들이었지만.......
만수의 형인 백수는 동네의 자랑일 정도로 공부를 잘 해서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에 들어간다. 그런데 월남에 갔다가 고엽제로 죽고 만다.
여기서 가족의 불행은 시작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내용이 그저 남일 같지 않은 건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우리 동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해야 하는 우리 이웃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소설의 힘은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현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누군가 그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사익 집단이라고.....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들임을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다. 투명인간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무엇이 정치이고 기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소설이지만 마치 역사를 읽는 느낌이고 경제를 읽는 느낌이고 사회를 읽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별 다섯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