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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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하면 떠오르는 건 희망의 전령사란 것이다. 그의 시 봄길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라고 노래한 것처럼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삶의 희망을 안겨다 준다. 때론 아예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정호승의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란 책을 읽으며 역시나 '정호승은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는 절대로 값싼 희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생이란 자체가 굴곡이 있음을 말한다. 때론 안개가 가득한 날도 있고 때론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있다. 물론 환한 태양이 비추어주는 날도 있다. 이런 인생의 날들 속에서 여러 사물과 사람 그리고 자연을 보며 사색에 잠긴다.

 

"풀잎을 보라. 풀잎은 태풍에 쓰러지지 않는다. 풀잎은 태풍이 불어오면 일단 몸을 굽히고 삶의 자세를 겸손의 자세로 바꾼다. 풀잎이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태풍과 맞서는 경우는 없다. 행여 쓰러진 풀잎이 있다 하더라도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대부분 스스로 일어나 하늘을 본다. 그러나 나무는 한번 쓰러지면 누가 일으켜 세우지 않는 한 스스로 일어나지 못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채봉에 대한 회상을 할 땐 너무 일찍 가버린 작가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느꼈고 검정 고무신 신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실패 기념일을 만들어 보란 이야기엔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실패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중요한 것이긴 해도 우리가 사실 실패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고 어쩐지 피하고만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실패를 기념을 하여 두 번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야 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학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덧붙여 기념하지 않은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 사회는 아프다. 사회가 아픈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프다. 이런 아픔의 시대에 아픔을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서로 함께 손을 잡아주며 끌어준다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서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픔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관계다. 함께 할 수 있다면 아픔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만큼 당신과 내가 함께 좋은 화음을 이루어 아픔과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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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이펙트 -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냉철하고 뜨거운 분석 10 그레이트 이펙트 9
프랜시스 윈 지음, 김민웅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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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겠지만 양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내용 또한 그렇기에 감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을 하면서 읽기엔 사실 많이 버거운 느낌이다.

 

자본론 읽어 보기를 미루던 차에 자본론 이펙트란 책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맛을 보았다. 기회를 만들어라도 읽을 가치는 충분함을 새삼 확인했다. 이젠 정말로 미루었던 도전만 남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본론에 대해 기억에 남는 건 경제학 분야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문학, 예술, 철학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마르크스 자신이 여러 분야에 대한 멀티플레이어가 가능했기에 자본론 속에 자연히 녹아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은 이것이었다.

 

"자본주의가 겉으로 이루어낸 경제적 승리가 아무리 대단한 것으로 보여도 그것은 인간을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시켰다는 점에서 여전히 재앙이다. 인간이 그 자신을 역사의 객채게 아니라 주체로 내세울 때까지는 이 자본주의의 전제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황에서 자본론을 하나씩 완성해 나갔던 마르크스는 끝내 끝을 볼 수 없었다. 자본론은 그렇게 미완의 대작으로 남았다. 마르크스의 사후에 엥겔스의 편집으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던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자본론이라고 한다.

 

이 책은 1부가 준비기간이다. 마르크스가 어떤 과정을 통해 자본론을 쓰게 되었고 출판을 자꾸 뒤로 미루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에 관한 기록이 담겨 있다. 2부는 자본론의 탄생이고 3부는 자본론 출간 이후의 운명에 관한 내용이다. 2부에선 약간 어려운 경제학에 관한 내용도 나오고 있지만 자본론을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이 책을 선택하는 건 아주 훌륭한 일이다.

 

옮긴이도 지적한 것처럼 이번 세월호 참사는 결국 자본의 논리에 의한 사고였다. 안전보다는 이익이 우선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그야말로 권력의 중심이다. 이제 권력의 중심이 돈에서 사람으로 변화해야 할 때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론을 읽어야 하고 자본론을 읽기 위해선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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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몽골 - 몽골로 가는 39가지 이야기 당신에게 시리즈
이시백 지음, 이한구 사진 / 꿈의지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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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후반에 속리산에 가서 밤하늘을 보았던 적이 있었다. 참 많은 별들이 있었다. 심지어 별똥별 떨어지는 것도 보았다. 평생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누군가 몽골에 가보란다. 몽골에 가면 속리산에서 본 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도대체 몽골은 얼마나 많은 별을 보여줄 수 있기에 그런 것일까?

 

이시백의 당신에게 몽골이란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한 건 과연 정말 몽골엔 별이 그렇게 많을까 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저자가 별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저 몽골의 지형과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별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은 아닐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자는 유럽 사람들은 별을 보러 일부러 몽골을 찾는다고 할 정도라니 과연 몽골에서 보는 별은 정말 다르구나 싶었다. 그런데 몽골의 별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별만을 보기 위해 몽골에 온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이 된다면 몽골은 생각보다 볼 것이 없으면서도 많다. 몽골엔 몽골 특유의 티메란 낙타가 있고 타루박이란 동물이 있다. 아이락이란 술이 있고 마두락이란 악기가 있다. 욜인암이란 협곡이 있고 무엇보다 고비 사막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몽골은 특별한 것이 없으면서도 마치 특별한 끌림을 느끼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우리가 여유가 없는 건 특유의 '빨리빨리'란 문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쉼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좁은 땅과 많은 인구 속에서 경쟁을 하다 보니 만들어진 문화가 현대인들은 지치게 만든다. 그럴 땐 과감하게 몽골에 가서 아무것도 없는 대평원을 바라보면 한국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것이 덧없다고 느끼지는 않을런지 모르겠다.

 

몽골 사람들은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한다. 수도인 올란바르트에 가면 한국의 자동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시골의 어느 읍내를 여행하는 느낌마저 들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대를 버릴 수 없는 건 바로 별이다. 잘 알지 못했던 몽골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도움을 준 이 책도 결국 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던 건 그만큼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몽골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직은 우리가 가보아야 할 곳이 너무나 많음을 알 수 있다. 살아가면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은 건 대평원을 마음껏 말을 타고 달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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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랭귀지 - 박자세, 자연의 탐구자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지음 / 엑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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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근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그건 우주는 어떻게 생겼나 하는 것이다. 또한 우주엔 과연 다른 생명체는 없을까 하는 부분도 궁금하다. 사실 우주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광활한데 그 속에서 다른 생명체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진다.

 

인문학도라 그런지 늘 자연과학에 대한 궁금함과 호기심이 있다. 선뜻 자연과학을 공부할 생각은 하지 못해도 늘 관심의 영역에 두고 있는 것이다. 유니버설 랭귀지는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모임인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이 펴낸 책이다. 함께 모여 박문호 박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학습하고 외워 점점 자연과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이 책은 자연과학을 잘 접하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어렵게 다가오는데 그 이유는 강의 내용이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과 같은 즉 전공 수준이기 때문이다.

 

책은 일단 모임의 소개부터 시작하여 박문호 박사의 강의가 이어지며 마지막엔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의 느낌을 적은 수필로 이루어져 있다. 강의가 어려운 건 자연과학 계통을 전공하지 않는다면 모를 수학식 때문이다. 다른 건 그래도 자세히 읽으면 다 이해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지만 수식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마치 외계어처럼 느껴졌다.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의 수필을 읽으면서 글쓴이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과학을 알고 태어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꾸준히 과학을 공부하다보면 수개월 혹은 몇 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체득이 되는 것이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일명 박자세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각자 하고 있는 일들이 있을텐데 자연과학을 알고 싶고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몽골, 호주 등으로 가서 천문학과 지질학에 대한 현장을 살펴보는 건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박문호 박사의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과 회원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만나 박자세를 만들어 낸 것이리라.

 

인문학도이기에 자연과학을 잘 모른다고 아예 접어둘 것이 아니라 열정만 있다면 박자세의 회원들처럼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란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공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다. 이 책은 열정이 맺은 결실이다. 비록 처음 과학을 접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어렵게 느낄수 있으나 결국은 열정이다. 열정만 있다면 과학도 감히 넘을 수 있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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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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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하면 떠오르는 건 재미있는 이야기꾼이란 것이다. 그런 그가 어쩐지 재미보다는 우리 현실을 아프게 건디는 소설로 독자를 만난 것이 투명인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성석제의 소설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사실로 그치지 않는다. 웃게 만들면서도 뭔가 머리 한 구석에서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투명인간이란 소설의 제목만 보아서는 성석제 특유의 유머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하였다. 자살대교란 별명을 가진 마포대교에서 한 남자가 다리 위에 있다. 마포대교 위의 한 남자도 투명인간이지만 그를 본 남자도 투명인간이다. 투명인간은 보통의 인간들에겐 보이지 않지만 투명인간끼리는 서로 알아본다. 마포대교 위에 있던 남자의 이름은 김만수. 이야기는 김만수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부터 시작한다.

 

첫 주인공 '나'는 소설이 끝날 때 등장하는 이재성이지만 두 번째 '나'는 만수의 어머니다. 이렇게 주인공 '나'는 자주 바뀐다. 때론 만수의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나오기도 하지만 때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참 오랜 시간을 다루었다. 마포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만들어진 것이 몇년 되지 않았으니 최근까지의 역사를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물들의 주된 흐름은 1970-80년대다. 문득 소설을 읽으면서 80년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나보다 최소 10년 전의 사람들이었지만.......

 

만수의 형인 백수는 동네의 자랑일 정도로 공부를 잘 해서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에 들어간다. 그런데 월남에 갔다가 고엽제로 죽고 만다. 여기서 가족의 불행은 시작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내용이 그저 남일 같지 않은 건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우리 동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해야 하는 우리 이웃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소설의 힘은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현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누군가 그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사익 집단이라고.....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들임을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다. 투명인간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무엇이 정치이고 기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소설이지만 마치 역사를 읽는 느낌이고 경제를 읽는 느낌이고 사회를 읽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별 다섯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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