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 쟁탈의 한국사 - 한민족의 역사를 움직인 여섯 가지 쟁점들
김종성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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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의 이야기다. 그러나 모든 과거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지 않는다. 역사학자의 주관이 상당 부분 개입된다. 그래서 객관적인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역사가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록하려는 의무를 다하겠지만 말이다.

 

김종성의 패권쟁탈의 한국사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역사학자의 관점에 따라 우리가 그동안 배운 역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면이 있다는 걸 발견하였다. 그건 백제의 의자왕과 3천 궁녀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교과서 외의 역사를 보면 3천 궁녀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백제가 멸망할 당시 오히려 군사력이 신라 보다 앞서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전쟁에서 패해 결국 나라가 멸망한 가장 큰 이유가 전략의 실패였다고 한다. 색다른 시각이라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흥미로움은 역사를 지배한 패권의 기반은 길에 있다는 것이었다. 책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등장한 무역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 가지였다. 초원길, 비단길, 바닷길이 그것이다. 이 세 길은 각각의 시대에 인간과 물건과 정보를 이동시킨 세계 최대 루트였다. 이 루트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세계의 권력 지도도 바뀌었다.” 김명섭의 대서양 문명사란 책을 읽어도 바다를 장악하는 나라가 패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아마 그래서 길이 가장 중요함을 이야기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주로 우리가 배워서 익히 알고 있던 역사를 완전히 뒤집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색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연개소문의 사망 시기가 다르다는 것과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 속엔 연개소문의 사망이 깊이 있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소서노가 백제의 시초가 아닐까 하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암튼 여러 이야기 속에 대단히 흥미로운 일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무엇이 사실이지? 하는 물음을 제기하기도 하는 건 애초부터 역사란 객관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기에 그렇다. 어쩌면 역사를 읽으면서 끝없이 문제제기를 해 볼 수 있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책을 덮으며 오랜만에 좋은 역사책을 읽었다는 기분이 든다. 역사를 하나의 시각으로 본다는 건 매우 위험하다. 그렇기에 하나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보더라도 다양한 시각으로 관찰하며 문제를 제기하며 왜 그럴까 고민하며 읽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은 더 사실로서의 객관적 역사에 근접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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