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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순례하다 - 건축을 넘어 문화와 도시를 잇는 창문 이야기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지음, 이정환 옮김, 이경훈 감수 / 푸른숲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는 언제나 창이 존재한다. 창문은 멋과 생활로만 존재하기엔 무언가 철학적이며 사색적이다. 의미를 담고 보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린 과연 얼마나 많은 의미를 두고 창을 보고 있을까? 그저 일상의 분주함 때문에 우리 곁에 있는 멋진 공간을 쉽게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닐까?
도쿄공업대 쓰가모토 요시하루 교수와 학생들이 28개국을 답사하며 만든 창에 대한 이야기인 창을 순례하다란 책은 글보다 사진이 많다. 한
장이 사진이 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선했다. 너무 많은 설명보다 아주 짧고 간결한 설명을 하며 오히려 사진 속에 담긴
창의 의미를 독자들이 사색을 할 수 있게 만든 점이 좋았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땐 분명 조금은 특별한 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겠거니 싶었다. 사실 우린 일상 속에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창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로 다가오는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가끔 날이 따스할 때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고 날이 추울 땐 바람이라도 들어올까 창을 닫을 뿐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의미를
두면 창은 정말 멋진 공간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책 속의 사진은 나라가 다를 뿐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창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물론 그 중엔 조금은 특이하고 특별한 창도 존재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을 읽은 후에 거리의 창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가끔은 시내의 커피숍 창가에 앉아 집에서의
일상적인 창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창과 거리와 사람들의 조화로움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우리가 일상의 삶을 뒤로하는 여유를 가질
때만 가능하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은 일상 속에서도 창은 안과 밖의 소통과 문화를 선물로 준다는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소박한 아름다움과 함께.
창을 통해 멋진 바다와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이런 건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창 밖 세상도 나쁘지 않다. 우리가 창을 어떠한 소통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창 밖과의 만남을 가졌으면 싶다. 창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