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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평점 :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편견이란 절대로 다정할 수 없는데 제목을 보면서 어쩌면 역설적 표현을 한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래' 다정한 편견도 있을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비록 짧은 글 한 편의 이야기지만 책 전반적인 내용 역시 다정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충분히 가슴 따스하다.
저자와 같은 나이지만 왠지 저자가 나보다 한참이나 인생의 선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생각 때문이리라. 하지만 도시에서 자라 시골을 잘
모르는 탓에 더욱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글 하나 하나가 어머니께서 끓여 주시던 된장국 같은 느낌이다. 짧은 글이지만 글의 길이와 비례하는 여운이
아니라 반비례하는 여운을 안겨준다.
얼마전 응답하라 1994가 유행했을 때 사실 오래전 추억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X세대로 명칭되는 신세대의 출현이었다. 그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새로운 신인류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X세대도 어느새 지금의 N세대에 비하면 어른이 되었지만 새로운 문화의
출현에서 여전히 X세대가 회자될 정도로 당시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이런 X세대 이면서 동시에 주변에 머문 아웃사이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치 나이 지긋한 노년의 작가가 짧은 수필을 쓴 것 같은
느낌이다. 사유도 깊어 어떤 사물이나 공간을 가지고 다양한 책과 사상가의 이야기를 덧붙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간다. 이제 막
사십대가 된 작가가 쓴 것이라고 하기엔 소위 글빨이 예사롭지 않다.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내용도 많았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작가란 아무나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개인이 옳다고 믿는 것들이 떄로는
사회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기도 하며 개인이 그르다고 믿는 것들이 또한 반대로 판명되기도 한다. 누군가 공권력은 더렵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편견인가 편견이 아닌가 여섯명이 비명에 죽어 갔는데도 진압 당사자인 경찰에게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이건 편견인가 편견이 아닌가 나는 이런 물음 앞에서 갈등하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지니고 있다 라고 한다면 이건
편견인가 편견이 아닌가" 이 글을 읽으면서 심노숭의 눈물이란 무엇인가란 글이 생각났지만 어쩌면 나 역시 이 글을 읽으면서 편견을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편견도 보기 나름이다.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