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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사회
알렉스 벤틀리 외 지음, 전제아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모방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하여 현대인들의 삶을 표현해 보았다. 오래 전에 인간의 두 얼굴이란
EBS프로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대학생 7명을 초대하여 문제를 맞추게 하는 것인데 사실 6명의 학생들은 미리 정답을 하도록 말을 맞추었고
나머지 한 명의 학생만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실험이었다. 문제 속의 답은 너무나 쉬웠다. 그런데 질문을 던지고 모든 학생들은
차례로 정답이 아닌 것을 정답으로 말하는 상황 속에서 나머지 학생은 대부분 정답이 아닌 이전의 학생들이 이야기한 틀린 답을 말했다.
이 실험에서 보여주는 건 인간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개성이 다른 사람과 다른 나를 표현해 주는 단어지만 실제로
개성있게 자신을 가꾸기보다는 유행을 뒤따라가 가고 있다. 어쩌면 사회 집단 속에서 다른 사람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리고 어느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멋을 추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모방 사회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우린 창조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창조란 건 어느 것을 모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린 스스로 개성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만약 회사 동료들이 다들 된짱찌개 먹으로 간다고 하는데 혼자서 짜장면을 먹으러 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십대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한 노스페이스란 메이커 역시 개성 보다는 모방을 더 중요시한 사회적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명품을 가지고 있으면
사회적으로 무시를 당하지 않게 된다는 일종의 자기 과시일까? 우리 사회에서 굳이 큰 자가용을 탈 필요도 없지만 소형차보다 대형차가 더 잘 팔리는
건 사회적 편견 때문은 아닐런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것일까? 그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느 집단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소수의 인간들은 집단에서 기꺼이 혼자 되는 걸 되레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집단에서 낙오나 혼자 되는 걸 아주
두려워한다. 같은 걸 창피하게 생각하다가도 오히려 안도의 한 숨을 쉬는 건 우린 결국 모방에서 혹은 같아지려는 욕망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이 주는 여러 유익들이 있지만 우리 사회라는 곳을 모방의 측면에서 인류학과 사회학적으로 고민한 흔적을 통해 인간을 더욱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점에서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