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라종일.김현진 지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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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아직도 기억하는 건 35세의 한 남자와 14살의 한 여자가 편지로 서로 교감을 나누었던 장면이었다. 물론 일회성 편지였지만 그 한 편만으로도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싶었습니다.

 

가장 사소한 구원이란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씌어진 편지가 생각남은 어쩌면 이 책도 세대를 넘다들며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있다. 처음엔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점차 사유의 깊은 매력 속으로 빠져 들었다. 물론 작가 김현진이 삶에 대한 여러 고민들을 어떻게 본다면 라종일 선생이 상담을 해 주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부분에선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 아무래도 인생의 가야 할 길을 묻고 그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로 조금 욕심을 부렸던 건 과거의 선비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의견을 펼치며 장이요 멍이요 했는데 이 책도 그런 걸 기대했으나 이런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세대간의 이런 식의 소통은 가히 환영하고 싶은 마음이다. 왜냐면 10년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난다는 건 주로 나이 많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훈계나 가르침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라종일 선생은 때론 너무 교훈적으로 가르치기도 하지만 충분히 김현진 작가의 입장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종일 선생이 기성 세대의 관점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아픔에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궁금함은 너무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이런 충고 저런 충고 하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진 한계는 라종일 선생이 마치 인생의 모든 것의 답을 알려주는 현자와 같은 모습이란 것이다. 모든 인생은 완전하지 않다. 물론 완전에 가까운 삶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인생이든지 완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이 좋은 나침판이 될 수는 있어도 우리 대신 길을 가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완전하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걷다보면 자기 나름의 사유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괜찮게 읽은 책이었다. 기꺼이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도 한 가지 작은 소망이 있다면 세대를 뛰어넘어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 받고 싶은 마음이다. 과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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