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정원
최영미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80년대엔 너무 어렸다. 초등학교 시절이니 아무것도 몰랐다. 90년대 대학에 입학하고서야 80년대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책을 통해서..... 주로 소설을 통해 알게 된 80년대 대학생들의 사회를 향한 치열한 고민을 90년대 대학생인 내가 한 편으론 존경스럽다고 여긴건 새로운 신세대인 X세대가 비록 새로운 문화의 바람을 몰고 온 건 사실이지만 어쩐지 사회를 향한 정의의 외침과는 거리가 있어 80년대 대학생들의 뭔가 영웅적인 모습이 사실 부럽기도 했다.

 

최영미의 청동정원은 주인공 이애린이 과거를 회상하며 쓴 추억 소설이다. 소설이 비록 허구적 이야기가 하더라도 작가 자신이 경험한 일을 쓰게 마련이다. 왜 굳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임을 밝힙니다"라는 걸 써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독자들이 이런 걸 모르고 읽을까? 물론 가끔 소설을 읽다가 너무나 생생한 인물 묘사에 실존 인물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진정한 소설의 맛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살아있을 법하거나 혹시 살아있었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인물이거나 살았던 인물 같은 느낌일 때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애린 역시 마치 살아있는 인물 같았다. 물론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마음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자전적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창조된 인물이다. 이애린의 회상 속엔 80년대의 기록이 있다. 80년 서울의 봄, 광주의 이야기 그리고 87년 민주화 운동과 노태우 대통령 당선까지 이 많은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에 담겨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단지 80년대 대학생들의 영웅담만 그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소설의 멋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마음 속엔 마치 형이상학적인 거대 담론을 가지고 투사가 되어 운동을 하더라도 삶에 있어 미숙한 면을 드러내는 것이 이애린의 남자친구인 동혁을 보며 느꼈던 것이다. 동혁은 사람을 대할 줄 몰랐던 너무나 미성숙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읽었다.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이란 90년대의 젊은이들 이야기보다 오히려 80년대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90년대는 공감을 할 수 있으나 80년대는 공감하지 못해 오히려 신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은 앞으로 어떤 정원을 만들어 갈지 과거의 추억 속에서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