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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8월
평점 :
오랜 시간 껌종이를 수집했다. 요즘은 껌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지금은 수집하진 않는다. 다만 누군가에겐 그저 말 그대로 껌종이일 뿐이고
쓰레기통이나 버려지는 것이지만 내겐 그렇지 않았다. 예전에는 껌을 참 많이들 씹었다. 지금은 굳이 입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껌을 씹지 않는다.
가글하면 되니까. 그래도 아직은 껌을 씹는 사람도 있다.
김상규의 사물의 이력은 바로 우리의 지나간 일상 속 사물에 대해 특별한 이력을 붙인다. 그런데 단순히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인문학적 성찰을 더한다. 사실 문학 작가가 아니라서 별 기대없이 읽은 책인데 저자의 글솜씨가 훌륭하다. 좋은 수필을 읽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은 사라지거나 추억으로 남은 물건들이 많다. 한때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삐삐도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선 호출은 다른
용도로 변형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와 오디오 같은 경우도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으나 일부 마니아층에서는 계속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사라진 것만 관찰하지 않는다. 요즘 아파트에 흔히 볼 수 있는 현관문에 부착되어 있는 도어스톱 같은 경우 말발굽을 닮았다고 해서
우리말로는 말발굽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 우리 문화는 이웃과의 소통의 문화였다. 그래서 담 높이도 일부러 키보다 작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개인주의화 되다 보니 이것이 부담스럽고 또 그런 경향으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걸 보면서 저자는
이웃과의 소통이 있는 옛 정취를 회상하며 그리워한다.
저자와 함께 사물 하나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미처 그간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삶의 성찰을 만날 수 있다. 거의 모든 것이 전자화 되고
편리성을 추구하며 안전을 위한 장치가 오히려 우리 삶을 각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린 너무 쉽게 간과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저자가 읽은 책들 속에 나름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삶의 잠언들도 담겨 있다. 일상이기에 쉽게 지나쳤던 사물들에 대해 저자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번씩 관찰하며 생각해 보는 것으로도 삶이 조금은 더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윤택해 지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라져간 많은 물건들에
대한 추억을 생각나게 해 주어 그저 반가웠는데 다 읽은 후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책은 조금 더 두꺼워도 괜찮은데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