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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핸드폰이 없던 시절엔 집 전화나 공중전화를 이용했다. 전화번호를 메모하기도 했지만 많이 쓰는 번호 같은 경우는 외웠다. 자주 통화하는
경우는 그저 외워서 눌렀을 뿐이다. 그런데 핸드폰을 쓰고 난 다음에는 전화번호 저장을 할 수 있어 굳이 외울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외우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다. 심지어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까지도 외우지 못한다. 핸드폰이 없다면 연락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린 참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편리한 만큼 우린 무얼 잃어가고 있을까?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이란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는 생각이다. 책은 기술 문명이 발달할 수록 오히려 무능력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고발한다. 이미 모든 것이 자동화된
자동차도 있다. 우린 그저 앉아 있으면 알아서 운전한다. 자가용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저 승객 같다. 하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과연 자동화
시스템 안에서 처리가 가능할지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비행기 같은 경우는 오래전부터 자동화로 운행되었다. 그 결과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다가 사고나는
경우가 있었다. 책은 그런 예를 보여주면서 비록 비행기 자동화로 추락 사고가 현저히 없어지긴 했으나 자동화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는 조종사들이
갑작스럽게 수동으로 조작할 경우가 생긴다면 조종 미숙으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자동화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조정사들의 전문지식과 반사신경을 둔하게 만든다.
현재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같은 경우도 우리의 뇌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다. 네비가 없을 땐 길을 찾아갈 때
머리 속에 나름 길 지도를 그려가며 예측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걸 네비에 의지해 가라고 하는 길을 따라 나선다. 운전사가 주체적인 힘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네비가 잘 알려 주겠지 하며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기술은 우리를 획기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행동을 바꾼다. 이것이 주는 새로움의 기회는 우리를 설레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창의적인 행동을 낳게
한다. 하지만 때론 마치 책의 제목처럼 그저 유리감옥에 갇혀 하라는 대로 해야 할 뿐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없을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때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이런 자동화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저항이 필요하다. 유리감옥에서 탈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