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의 특별한 사람

대비, 왕 위의 여자 - 왕권을 뒤흔든 조선 최고의 여성 권력자 4인을 말하다
김수지 지음, 권태균 사진 / 인문서원 / 2014년 5월

사실 역사를 잘 모르면 조선시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사람을 왕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옳은 이야기도 아니다. 조선 시대에 여성이 정치에 관여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특히나 왕후의 자리에서 정사를 논할 수 없었다. 다만 남편이 죽고 왕후가 아닌 대비의 자리에 올라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비 왕위의 여자란 책은 바로 이런 특별한 상황에 놓인 4명의 대비에 관한 기록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궁금함이 생겼는데 만약 조선이 유교 사회가 아닌 고려를 이은 불교의 사회였다면 그래도 대비란 위치가 가능했을까? 물론 대비란 위치야 그렇다 하더라도 수렴청정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물론 고려 시대는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역사를 모른다는 것이다.

네 명의 대비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정순왕후다. 책에서도 다른 대비에 비해 많은 양을 할애했지만 어쩐지 정조의 의문의 죽음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너무나 장황한 설명이 오히려 이 책이 어떤 목적으로 씌어진 것인지를 저자는 잠시 잊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마치 대비 이야기를 하면서 정조의 죽음을 의혹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는 사명이라도 있는 것일까? 당시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던 내용이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정조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궁금하겠지만 마치 메인 요리가 스테이크인데 앞에 먹은 샐러드가 너무 맛있어서 여기에 집중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영조가 처음 정순왕후를 만나게 되는 장면이라든지 본래 어린 시절부터 야심이 남달랐다는 내용은 처음 들어 보아서인지 신선했다.

정희왕후가 애초부터 자식에 대한 마음보다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었다면 인수대비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애잔했음을 보여준 것과 정희왕후가 글을 잘 모르지만 워낙 처세에 강했다는 점이라든지 이에 반해 인수대비는 남편이 일찍 죽어 외로움을 겪게 되는 이야기는 대비의 다른 면모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겐 참 좋은 내용이다. 그래서 대비라는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묘하게 서로 달랐던 점을 이야기한 건 참신했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대비라는 사람들의 모습인 것이다. 그동안 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어도 대비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대비란 위치가 그저 왕이 없는 시절 잠깐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미 왕실에 오면서 착실히 모든 걸 준비해 나갔다. 왕 중심 사관이 아닌 객관적 시선으로 저자가 대비를 관찰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약간의 아쉬움은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너무 곁가지 이야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기존 책과는 다른 관점을 보여 주어 앞으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며 이해할 때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도 다른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