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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개를 쏘았나
김영현 지음 / 시간여행 / 2014년 4월
평점 :
소설은 마치 주변에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동시대 이야기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전혀 엉뚱한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이 주는
흥미와 재미는 있어도 왠지 동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문학은 읽고 묘한 여운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영현의 소설은 늘 묘한 여운을 남긴다. 처음 소설의 제목을 보고서 이번에는 작가가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싶었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역시 김영현이다 생각했다. 요즘 장편소설이라고 해도 조금은 분량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소설은 결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었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시골 마을에 개들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하림은 친구의 부탁으로 윤여사를 만나게 되고 윤여사의 화실에 잠시 동안 머물게 된다.
소설은 자본의 논리에 허우적 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러브 스토리도 가동한다. 어쩐지 러브 스토리가 어색하게 다가오는 건 주제
의식이 너무나 분명해서일까? 소설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본의 최고 정점에 위치한 인물은 윤여사란 것이다. 이 자본이란 건 결국 엄한 사람을
마치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고 뭐든 돈이면 못할 세상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치부를 완벽하게 드러낸 그런 소설이랄까. 암튼
퍽이나 재미있었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결코 자본이 우리의 정신을 완벽하게 뺴앗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 자본이란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절대적
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또한 주인공이 본래 사랑했던 혜경 대신 소연을 사랑하는 건 또 다른 희망의 암시 같았다.
최근 우리 사회를 아프게 만든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정부는 결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무능을 보였어도 온 국민들은 오히려 이 사고에 대한
아픔을 함께 하는 희망적 모습도 보여 주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간다는 건 최소한의 자본을 필요로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겠지만 자본 이상의
가치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세상엔 아직 많다는 희망적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도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는 건 소설이 주는 묘한 매력
때문일까. 암튼 좋은 소설 정말 잘 읽었다. 자본이 우리를 지배한다 해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서로가 서로를 인간적으로 감싸 안으며 함께 할
날이 오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