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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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은 작은 한옥이었다. 당시엔 그저 불편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아마 익숙치 않아서 그런 것이었는지 몰라도 무엇보다 가장 불편한 건 푸세식 화장실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느끼는 건 한옥이 아파트나 현대 주택보다는 뭔가 사람이 정을 붙이고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든다.

 

건축가 엄마의 느림 여행이란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렸던 건 아이와 함께 떠나는 것이라 그랬다.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무얼 느끼게 되었을지 사실 책 내용보다 더 궁금했다. 어쩌면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옛건축이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로부터 이런 저런 설명들을 들었을 것이다. 나도 아이의 눈으로 별 기대없이 그저 호기심만 가득한 눈으로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건축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우리 문화와 역사까지 아우르며 지식까지 전달해 주어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고택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웬만하면 다 없어지거나 보존을 하지 않아 황폐화 되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많은 고택들이 숨을 쉬고 있었다. 물론 도산서원이라든지 다산초당 같은 경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곳곳에 종가댁이나 고택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종가댁 며느리의 고생담을 티비에서나 보며 고택들을 보았지 이렇게 여행을 하는 것도 새로운 묘미라고 여겨진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건 이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다. 그래서 옛건축이 참 아름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사랑하지 못해서 혹은 알지 못해 그 진정한 멋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학술적이지 않고 그저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글이라 그런지 쉽게 읽힌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글의 크기를 조금 더 키웠으면 한다. 글 간격이 충분히 띄워져 있어 글자 크기도 키울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글자의 크기가 작아 사진과 함께 읽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답사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겨 있어 그런지 조금 읽다보니 다음 답사지에 대한 내용이라 뭔가 조금 더 머물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옛건축에 대해 더 많이 사랑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보존하기보다는 모두 허물고 새로운 건물 짓기에 바쁜 우리 문화 속에서 이런 옛건축들이 그나마 자리하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휴가 때 바다와 산으로 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런 옛건축을 보면서 쉼을 얻는 것도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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