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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실록
이성규 지음 / 여운(주)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우린 과거를 문명화되지 않은 미개한 시대로 본다. 물론 과거는 지금처럼 문명화되지 않아 여러모로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없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에도 과학은 존재했다는 것이다.
조선과학실록이란 책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야기 가운데 과학 이야기만 끄집어 엮은 것이다. 실록엔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는 건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실록이 보여주는 가치와 함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것을 소개했다.
첫 이야기가 오로라와 같은 환상적인 빛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금의 오로라는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자연현상인데 조선시대에 오로라가 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추측을 실록의 기록에서 먼서 소개한 후에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더욱 놀라운 건 우리나라에서 2003년에 오로라가 관측되었다는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운하 공사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렇게 이야기는 22개의 꼭지로 되어 있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운 건지 아니면 다른 이야기들이 별로 재미가 없었던 건지 사실 몇몇 이야기를 제외하곤 별로 흥미를 끌지 못했다.
과학과 역사의 만남은 사실 그 전에 시도되었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이고 책 소개 글을 읽으면서도 정말 재미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물론 기대에 흡족하거나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 글도 있지만 아쉽게도 다수의 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우리가 참 많이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걸 원전으로 접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울 뿐더러 설령 원전으로 만난다 해도 워낙 방대한 양이다 보니 다 읽는다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이다. 우린 그저 역사학자가 책 한 권 분량으로 소개한 실록만 만나다보니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는지 들어있지 않은지 여부도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와 과학의 만남이란 색다른 시도에 맞게 편집을 첫 이야기를 소개한 오로라처럼 편집을 그렇게 해나갔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는 좋았다. 우리가 흔히 알던 실록과는 달리 색다른 주제를 뽑아 소개한 저자의 창의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아니면 책 제목을 조선과학실록이란 것보다 이 책은 학문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융합을 이야기 했으니 차라리 소개로 나온 조선의 비엔나 커피 같은 제목을 했으면 오히려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과학실록이 아니라 역사와 철학 그리고 사회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해설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