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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 키 110cm 삼성테크윈 인사팀 이지영이 스펙보다 핸디캡이 큰 그대에게
이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처음엔 그저 시간이 남아 책이나 몇 줄 볼 요량으로 조금 특이한 사람의 이야기네 하고 펼쳐 들었던 책이었다. 다 읽을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펼친 책을 덮기가 쉽지 않았다. 묘한 여운이 있어 이지영씨의 삶을 더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110센티로 살아간다는 것 사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잘 모를 일이다. 다만 불편하겠지 하는 정도일 뿐. 언젠가 어둠 속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체험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암튼 이런 전시가 있었다. 이 전시에서는 모두 앞을 볼 수가 없다. 워낙 어두워 앞이 분간이 가지도 않을 뿐더러 눈을 가리기도 한다. 앞에서 인도하는 소리만 따라갈 뿐이었다. 사실 처음엔 그 소리의 주인공은 보면서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시각 장애인이라고 했다. 우린 바로 시각장애인을 체험한 것이다. 단순한 체험만으로도 장애를 가진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알지만 평생 그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많이 불편한 것이리라.
사람은 누구나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일종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핸디캡이란 것이 있다. 물론 이지영씨 같은 경우는 그것이 늘 드러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우리가 늘 성공이라는 기준이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아니면 돈을 많이 벌거나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저자의 인생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 오히려 새로운 출발의 시기일 뿐이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에 입사한 것을 광고로 내세워 선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오히려 내 이름은 예쁜여자입니다란 책의 주인공 김희아씨가 더 좋은 감동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지영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건 바로 작은 것의 소중함이란 사실이다. 적당한 키와 몸무게 그리고 멀쩡한 팔과 다리 이런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그리고 내게 주어진 아름다운 선물인지 새삼 확인한다. 우린 늘 잃어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데 이제라도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다루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열정이다. 열정만 있으면 다시 일어설 힘도 생긴다.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오랜 시간 꿈꾸는 사람이길 소망한다. 이지영씨의 이야기가 뻔하다 해도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는 건 바로 열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