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지침들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9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왠지 쓸쓸함과 고독의 계절 같기도 하다. 그건 낙엽이 떨어지는 것이 마치 이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고 많은 시인들이 이런 표현을 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계절이 지나면 새로운 계절이 오듯 이별 후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랑이 무언지에 대한 책을 읽을 수록 사랑이 무엇이라고 딱히 알기 어렵다. 사랑은 배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직접 사랑해 보지 않고서 아무리 사랑이 이런 거라고 배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다만 내가 하는 사랑이 어떤 종류인지 인문 고전을 통해 배운다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한귀은의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란 책은 바로 인문 고전을 통해 사랑을 배워간다. 사랑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사랑을 해보는 것이지만 과거의 기록을 통해 사랑을 배우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은 특히 문학 그 중에서도 소설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한다. 한국 소설보다는 주로 외국 소설이라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사랑이란 주제는 시대를 넘다드는 보편적 정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대와 환경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여전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로테를 그리워하는 것 역시 보편적 정서가 주는 공감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소설 작품들을 통해 사랑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하지만 소설 작품만 가지고 사랑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때론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때론 철학자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물론 정약용이란 반가운 이름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그림이었다. 사랑 이야기와 그림의 묘한 어울림 속에 모든 것이 합쳐지는 듯 하면서도 고유성을 지키며 멋을 부린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에 환상을 갖고 있다. 어딘가에 백설공주가 있을 것 같고 어딘가엔 백마 탄 왕자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은 지극히 현실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랑은 현실이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포롬의 사랑의 기술이 마치 이론이라면 이 책은 실제라고 할까?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제란 사랑을 해 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왠지 사랑에 대한 실제적인 지침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