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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진 들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박경리 하면 가장 먼저 토지가 떠오른다. 박경리 선생의 작품들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경리 하면 토지다. 그만큼 토지는 선생의 개인에게 있어서나 문학사적으로나 큰 의미를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로니에북스에서 과거 선생이 발표한 여러 소설들을 다시 출간하고 있는데 아주 좋은 일이다. 독자들에게 선생의 다양한 소설을 소개함으로 박경리 하면 토지라는 등식을 과감히 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토지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사회의 면면들이 있다면 토지 외의 소설들을 통해서도 사회의 이면 저면 혹은 이런 저런 현상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노을진 들녘은 주실과 사촌 오빠 영재와의 사랑이야기다. 그러나 이 사랑 이야기의 결말은 좋지 않다. 사실 소설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쉽게 읽히는 것이 장점이긴 하지만 많은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는 건 소설이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다. 우연적 요소가 많아 이야기의 흐름이 자주 끊기는 듯한 기분이 들고 2-30년 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지금은 너무나 흔한 이야기를 다시 또 듣는 느낌이 들어서다. 뭔가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이 아주 오래 전에 씌어졌다는 걸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박경리 선생의 다른 소설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좋았다는 생각이다.
시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소설에 몰입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박경리 선생의 다른 소설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오래 전에 벌써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