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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 코덱스
마티 프리드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글로세움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만 해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소설에서 쓰이는 언어도 그랬고 글의 흐름도 그랬다. 그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다 읽고 나서도 좋은 소설이었다고 생각했지 이것이 소설이 아닐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있는 사실 그대로를 그린 것 같아 기록 문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성경은 원본이 없다. 우리가 보는 성경은 원본이 아니라 수많은 필사본을 합해 만든 것이다. 물론 필사본 중에서도 조금 더 중요한 것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성경이 원본이 없는 이상 완벽한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교적 의미만으로도 사본이라 해도 얼만큼 오래 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성경이 기록되었는지 등 종합적인 결론을 내려 중요도를 따진다. 이 중요도를 따지는 것 역시 사람의 몫이라 어떤 객관적 기준을 갖기가 힘들다.
알레포 코텍스라는 가장 완벽하다는 성서의 필사본이 완성된다. 그리고 수 세기에 걸쳐 가장 은밀히 보관되었다. 그러다 알레포에서 예루살렘의 유대 공동체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 책의 비극은 시작된다. 이 책의 중요성을 안 사람들에 의해 일부가 소실되고 마는 것이다. 이 필사본이 파괴된 이유는 결국 인간의 탐욕 때문이었다.
유대인들은 율법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율법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그건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율법을 다르게 해석한다. 오히려 율법 중에 최고는 하나님 사랑이며 이웃 사랑이라고 한다. 율법을 지키고 따르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이걸 많은 유대인들은 놓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 탐구가 아니라 인간 근원의 욕망에 대한 탐구이다. 어떻게 본다면 여전히 우린 소중한 문화에 대해 너무 이기적인 생각으로 소장하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또한 이걸 만약 우연히 손에 넣게 된다면 어떨까? 분명 일부라도 가지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흥미로웠다. 인간의 욕망을 낱낱이 들춘다는 것에서 오는 부끄러움과 희열이 있었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린 욕심 많은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감싸안으며 격려하는 아름다운 존재라고도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느 한 가지의 속성만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