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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도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경리의 표류도란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불륜의 사랑이 과거에도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요즘도 불륜이라 함은 쉬쉬하고 숨기는 것이 일상인데 더구나 소위 후일담 소설인 공지영의 고등어 역시 과거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의 불륜 사랑 이야기라 이 시절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50년 전 이야기에도 불륜이 등장하다니 새삼 놀라웠다.
소설의 주인공 현회는 딸이 있는 마돈나란 다방 마담이다. 그런데 그녀는 특이하게도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대학을 다녔다. 요즘이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을 다니지만 50년 전에는 고교만 졸업해도 학벌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대학을 다녔으니 요즘 이야기로 한다면 박사 정도는 될 것이다. 더구나 소설을 번역할 정도로 영어를 아주 잘 했다.
이런 사람에게 나타난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상현. 신문사의 논설위원이다. 이미 딸을 가지고 있는 한 가족의 가장이었다. 어느 날 그는 마돈나에 간다. 이미 자주 가서 마담 얼굴은 익혀 두었다. 마담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한다. 이 자리에서 마담이 과거에 대학을 다녔던 지성인이란 걸 알게 된다.
어쩌면 이 두 고독한 사람들은 그렇게 운명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모든 사람은 고독하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상현은 애정이 없는 결혼을 했다. 그래서 더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완전히 각인 된 구절이 있는데 "사람은 각기 떠내려가는 섬"이란 것이다. 어쩌면 이걸 박경리 선생은 표류도라고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표류하는 섬인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