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의 밀알 - 개정판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5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창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이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오를 때 아프리카의 한 작가인 응구기 와 시응오도 후보로 올랐었다. 그래서 이름을 들어보았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인기있는 작가의 책들만 번역하는 시대에 그나마 노벨 문학상이란 프리미엄이 붙어서 번역을 한 것인지 몰라도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내용에 관해서는 다른 서평들을 읽어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건 사람은 결국 똑같다란 생각이다. 어릴 때 인디언이라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미개하지만 용감하고 강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티비에 나온 그들의 모습은 늘 손을 입에다 대고 괴성을 지르고 창을 들고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용감무쌍한 전사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대가 지나고 서양과 동양이 다르다 해도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배신과 협력과 사랑과 아픔이란 건 모든 걸 초월하는 현재 이야기다.

 

우리 현대사도 그렇지만 아프리카의 현대사도 마찬가지로 참 힘든 시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웅은 시대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암울하고 어두운 시간일수록 영웅은 자라나기 시작한다. 우리 현대사 속에서도 그런 것처럼 아프리카에도 영웅은 있었다. 하지만 영웅 또한 비범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평범한 우리의 이웃일 뿐이다.

 

“당신은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오? 우리도 두렵소. 롭슨이 나를 불렀을 때 내 다리가 잘 떨어지지 않습디다. 언제라도 내 가슴에 총알이 박힐 것 같았소. 나는 싸울 때가 되면 바지에 오줌을 싸고 미친 듯이 웃는 사람들도 보았소. 사람들이 죽을 때 내는 짐승 같은 소리는 정말 듣기 힘드오. 그러나 소수가 죽으면 다수가 사는 것이오. 바로 그것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것의 의미요.”

 

한 톨의 밀알을 처음엔 그저 훌륭한 소설 제목이라고 생각했지만 소설을 읽다 보니 그 의미가 성경에서 온 것이란 걸 알았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십자가의 의미이기도 하다.

 

정말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설을 읽었다. 잔잔하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이 소설의 작가가 조만간 노벨상을 탔으면 싶다. 인간의 모든 심리를 이토록 잘 보여준 소설은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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