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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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저 마아가린에 밥을 비벼서 김에다 놓고 그 위에다 간장을 약간 바르고 김치를 얹어 먹던 것이 생각난다. 다들 고만고만 살아서인지 모든 사람들이 이런 밥을 먹는 줄 알았다. 고기는 명절 때 외에는 구경을 하기 힘들었다. 누구나 이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을 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정래의 비탈진 음지를 읽으면서 왠지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그 추억이란 “칼 가아씨요 가” 아니라 밤이면 “찹쌀떡~~ 메밀묵~~” 하는 소리와 산동네 굽이굽이 골목길이 생각나서였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 기억나는 건 80년대 초반이다. 그래서인지 70년대는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모른다.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복천이란 이름을 가진 남자다. 복천 영감이라고 하지만 요즘의 기준으로 봐서는 영감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다만 영감처럼 나이가 많아 보이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지 연신 영감이라고 하였다. 중요한 건 복천이 영감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 있다. 아내가 말기암 판정을 받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서 먹고 살기가 막막해 졌을 때 도주하다시피 서울로 갔다. 서울에서 여러 일을 당하면서 마지막으로 하였던 일은 칼갈이였다. 여러 가지 암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사람 사는 맛을 안겨준 건 떡장수 아줌마, 식모 아가씨, 복권 파는 소녀 등이다. 어쩌면 실낱같은 희망이 바로 이들이었다. 비록 구역질 나는 어딘가 모르게 역겨워 사람 사는 냄새도 나지 않는 야박하고 인정사정 없는 도시 서울 속에서의 그나마 아름다운 꽃이었다. 그러나 그런 희망도 왼쪽 다리의 절단으로 꺾여 버렸다.

 



그래도 내일은 있다. 비록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복천 영감은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저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찾는 복천 영감처럼 우리 모두 그래도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았다. 그리고 소설에서 못다 이야기한 복천 영감의 아들과 딸은 양지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음을,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은 바로 복천 영감과 같은 우리의 아버지이자 삼촌이자 아저씨가 있었음을 다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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