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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평점 :
문득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긴 시간 속에서의 어느 한 순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한 순간을 1초라고 본다면 결국 그 짧은 찰나의 시간에 행복을 느낀 것이다.
곽재구 시인을 처음 알게 된 건 사평역에서란 시를 좋아하면서이다. 지금도 많은 시들 가운데 유독 좋아하는 시 중 한 편이다. 시인의 새로운 산문집이 나와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펼쳐든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이란 책은 살아가면서 행복했던 찰나의 순간들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1초란 짧은 시간은 금새 지나가 버리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이런 1초 1초가 모여 1분이 되고 1시간이 되고 하루가 된다. 하루 24시간 동안의 모든 일들을 기억하기 어렵지만 기억하고 싶은 1초의 순간들이 있다. 타고르의 고향 산티니케탄을 여행한 추억의 모음들이 바로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이란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짜이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여 먹어 보고 싶다. 그러나 더욱 기억에 남는 건 인도 사람들의 소박함일 것이다. 커피 가게가 줄지어 들어서 있는 서울 어느 거리보다 차라리 냉식혜를 파는 시장의 북적함이 오히려 더 정겨운 건 그 속엔 추억이 있기 때문이리라. 특히나 종이배를 파는 아이와 농부가 되고 싶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에서는 꿈꾸지 못할 인도만의 아름다움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저 산으로 들로 왠지 자꾸만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흙을 맨발로 디뎌 보고 싶기도 했다. 또한 시인이 좋아한 꽃들과 향기도 궁금하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묻어나 있는 곳을 가본다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행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이미 좋은 선물은 받은 것이다.
좋아하는 시인의 책이라 그저 읽어보고 싶었을 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책이었지만 읽고 난 지금은 오히려 두고 두고 한 번씩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좋은 책이란 한 번 읽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추억하고 싶은 책이다. 바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나 지루한 도심에서 시간에 기대어 의미없이 보낼 때 꺼내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오랜만에 여운이 짙게 남는 책을 읽었다. 마치 좋은 시 한 편을 읽고 오래도록 감상에 젖어 있던 것처럼 말이다. 추억하고 싶은 생의 한 순간 즉 1초를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어진다. 앞으로의 인생도 이런 기대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