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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윤동주를 좋아하는 문청 시절에 별 헤는 밤을 읽으며 릴케와 프랑시스 잠이란 시인이 언급되어 어떤 시를 쓰는 시인들인지 참 궁금했다. 그런데 우연히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란 시에도 똑같이 나와서 신기해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윤동주가 백석의 시에 영향을 받은 거였다는 사실에 백석의 시들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산 책이 백석 전집이었다. 지금도 내가 가장 아끼는 책 가운데 하나다.
백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도 아직 평전이 나오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물론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애송하는 시 가운데 하나인 진달래꽃을 쓴 김소월도 평전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백석 평전을 무척이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특별히 화가가 쓴 평전이라 색다른 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차라리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아주 좋다라고 반응했을텐데 아쉽게도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책에서는 백석이 늙은 갈대의 독백을 쓸 때 필명이 백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백정과 법정이 같은 ㅂ,ㅈ 으로 발음되는 구조이고 한학적 의미도 비슷하다고 해서 김자야 여사가 법정 스님에게 대원각을 시주하려고 했던 건 법정에게서 백석을 보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건 좀 억지스러웠다. 이런 억지스러운 주장이 비단 이것만은 아니어서 읽는 동안 조금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석의 다른 면모가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또한 가장 궁금한 건 나타샤가 누구를 모델로 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물론 김자야 여사를 모델로 했다고들 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백석이 좋아했던 여인들이 김자야 여사 뿐이 아니란 사실이 새로웠다. 하긴 당시 모델 같은 파격적인 의상과 멋스러움이 가득했던 모던 시인에게 여인들이 많았을 것이란 사실을 상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김자야 여사가 쓴 내 사랑 백석이란 수필집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쓴이가 백석을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백석이 그에게 태양처럼 환한 희망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다. 좋아하는 시인의 평전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랬지 이 책은 백석이 예술에 미친 은밀한 영향들을 그리고 여전히 백석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잠시나마 월북 작가란 이유만으로 백석의 아름다운 시들을 만날 수 없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젠 그의 위대한 작품들이 널리 읽혀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