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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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처음 팔만 대장경이 외척의 힘을 물리치는 불심이라고 했을 때 그런 줄만 알았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진정 힘일 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면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여기기도 했다.


수원에는 화성이 있다. 수원에 살고 있고 더구나 자주 가는 도서관이 화성 안에 있어 정말 자주 만나게 된다. 가끔은 생각했다. 이 성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 그나마 이때는 큰 전쟁으로 인해 백성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을 때인데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질 땐 이미 몽골군에 의해 전국이 황폐화 되어 있을 때였다. 그런 시기에 대장경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가. 아무런 임금도 받지 못하고 오직 불심에 기대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기꺼이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한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무능한 정치인들에 의해 소실된 대장경을 훌륭한 백성들이 다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작가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무엇 하나 쉽게 얻어지는 건 없었다. 그토록 많은 정성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인지 몰랐다. 다만 막연하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추측했을 뿐이었다. 그 과정이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판목이다. 일단 좋은 나무를 구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 나무는 흔히 자작나무를 쓴다고 하는데 이 자작나무를 벌채해서 바로 판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에 3년 정도 담가서 진을 뺌과 동시에 강도를 강하게 만든다. 그걸 건져 그늘에서 건조시킨 다음 소금물에 끓여낸다. 그래야 판목이 완성된다. 두 번째는 필생이다. 글씨는 쓰는 사람을 말하는데 사람마다 조금씩 글씨체가 달라 이것을 한 사람이 쓴 것처럼 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각수다. 글씨를 판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아무리 글씨가 훌륭해도 판각을 잘못하면 결국 글씨가 망가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팔만대장경이니 소설을 읽고서야 대장경이 이토록 위대한 우리 문화유산이란 걸 알았다.


수원 화성도 교과서엔 정약용이 고안한 거중기로 만들어 졌다라고 되어 있을 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요즘처럼 너무나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대장경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많은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 빠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과연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의문은 남지만 작은 깨달음이라도 있다면 옛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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