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부산에서 살았다가 수원으로 이사왔을 때 사투리를 쓴다고 놀림을 당했다. 요즘 말로 왕따를 당한 건데 당시엔 무척이나 견디기 힘들었다. 사실 부산은 수원보다 훨씬 더 큰 도시이자 수원 아이들은 잘 보지 못하는 바다를 우린 실컷 보곤 한다. 물론 우리도 그렇게 쉽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바다를 보려면 나환자촌을 지나거나 산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이 인구도 훨씬 더 많고 더 넓은 도시인데도 아이들은 사투리를 쓰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를 촌놈이라고 불렀다. 모든 아이들이 다 괴롭히거나 놀린 건 아니다. 간혹 부산이 궁금하여 이것 저것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반에서 싸움 잘 하는 아이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달라졌다.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아버지의 정원’은 글쓴이의 유년 시절과 그림을 묘하게 이어 놓았다. 이런 이야기들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져 있다. 어쩌면 누구나 유년 시절이 있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추억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설레임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설명이 곁들인다. 마치 좋은 요리란 에피타이저와 본 요리가 조화를 이루어 맛의 접점을 향해 나가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그림을 보기 위해 글쓴이의 유년 시절이 좋은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모든 그림이 이런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니 웬지 나중엔 미리 예측이 가능해 진다. 사실 이러면 흥미가 조금 떨어지기도 한다. 아무리 예측 가능해도 훌륭한 요리란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것이라면 이 글도 이왕이면 최고의 글이 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진득하게 앉아 편하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건 아무래도 저자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그림과 조화로움을 잘 이룬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이야기를 잘 풀어갈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술사가라서 그런지 그림에 대한 해설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때론 너무 유년 시절의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그림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그림 읽기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잘 읽혔다. 너무 전문적이지 않으면서 그림에 대한 역사도 잘 풀어간 글쓴이의 역량에 놀라면서 말이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그림 에세이를 만날 수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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