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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 우리 시대 명장 11인의 뜨거운 인생
김서령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남들이 알아주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궁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살 것이다란 고정관념이 있는데 실제로 알고 보면 다를 것이 없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다를 것이 없기도 하다란 이야기 속엔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생활 패턴 속에 있다는 것이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는 건 같은 생활 패턴 속에서도 다른 실천이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최인호는 어릴 때 등단한 천재 작가인데 글을 쓰기 위해 직접 현지에 가서 역사 자료를 구하거나 직접 보고 글을 쓴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그를 오늘의 최고 작가 중 한 명으로 만든 건 아닌가 생각한다.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란 책은 우리 시대 명장 11인의 뜨거운 인생이야기이다. 평소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5명이고 전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6명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최민식 선생을 좋아하여 선생의 삶은 어떠할까 궁금했는데 이 기회를 통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특히 선생은 유독 책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초등학교 밖에 졸업하지 못하고서도 방대한 책으로 박학다식한 모습은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또한 선생은 베토벤 전기만 15권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장애를 극복하는 그의 모습이 좋아서 그렇게 모으고 읽었다고 했다. 진정한 독서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저 사진만 찍는 사진가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 인간 시리즈를 세상에 발표한 것은 아닐까. 집에 선생의 사진 수필집이 있는데 나중엔 사진집도 하나 소장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우리 시대 명장들을 소개하며 저자는 ‘최상의 텍스트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 이런 걸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느 곳에서는 동물 취급이나 기계 대접을 받으면서 오늘도 가족을 위해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웬지 씁쓸해진다. 더구나 자본의 가치는 그 어떤 가치보다 우위에 있다. 이런 현실 속에 명장 11인의 인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저 이런 인생도 있었으니 한 번 소개나 하는 것으로 그칠까? 아니면 우리가 놓치는 삶의 부분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살까? 이 부분에 대한 답은 그저 ‘?’로 남겨둘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어렵고 자본을 우선하는 그런 사회라 해도 모든 건 사람에 달려 있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책도 필요하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사람을 더욱 이해하고 사람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