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
한창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다는 아늑하다. 모든 걸 품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성난 바닷 바람은 세차다. 마치 모든 걸 파괴할 만큼 말이다. 어쩌면 우리의 이중적 모습 만큼이나 바다도 이중적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바다엔 어떠한 삶의 절망과 희망이 있을까.


한창훈의 향연을 읽으면서 나는 어린 시절에 가본 바다를 떠올렸다. 처음으로 타본 배는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는데 그건 멀미를 했기 때문이다. 흔들거리는 요동이 결국 나의 모든 것을 비우게 만들었는데 아무런 힘도 없이 찾은 바다는 내게 장엄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마치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넓음에 나는 그만 또 한 번 모든 걸 비워버린 나약한 존재였다.


이 책은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히 작가들의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라는 책이 예전에 느낌표 지정책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로 유명한 유용주 시인의 한 가지 이야기가 내 가슴에 박혔다. 말 그대로 별 볼일 없는 남자에게 모든 걸 다 갖춘 듯 보이는 한 여자가 다가오는 러브스토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읽으면서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은 결국 이렇게 인연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만남이란 결국 먼 훗날에 추억이 된다. 그것이 사람과의 만남이든 바다나 다른 사물과의 만남이든 모든 만남에는 추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추억을 담담하게 수필로 써 내려간 한창훈의 행적들엔 마치 나의 추억이기도 한 것처럼 옛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시가 숨은 보석이고 소설을 찬란한 태양이라고 한다면 수필은 은은한 향기라고 생각한다. 은은한 향이란 바로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추억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세상을 이루는 아름다운 관계의 장을 만나고 싶다면 수필을 읽어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히 가을엔 이런 수필 만나는 것도 좋을 일이다.


한창훈의 향연에는 바다와 함께 한 아니 바다와 함께 한 사람들의 추억이 있다. 우리 삼촌과 이모 같은 사람들의 삶을 만나다 보면 바다의 아늑함이 느껴진다. 저자가 마지막 글 ‘남도 봄 소식’에서 ‘기다리면 온다’라는 이야기가 마치 우리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희망이 올 것이다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 이런 희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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