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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ㅣ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이 여정이 어떻게 끝날지 사실 쉽게 예측이 어렵다. 살아보면 인생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살고 싶다고 계획을 해도 그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인생을 여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헤르만 해세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작가다. 이 작가의 여러 책들 가운데 싯다르타를 읽게 되었다. 싯다르타는 흔히 붓다라고 생각하겠지만(실제로 붓다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는 붓다는 따로 등장한다. 즉 싯다르타가 붓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싯다르타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자아를 찾기 위한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여정을 시작한다.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기 위한 그런 여정 말이다.
소설 초반부에 고빈다와 함께 지내며 생활할 때는 뭔가 평온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고빈다를 떠나면서부터 고생의 길이 시작되는 느낌인데 인생이란 것이 원래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일까? 구도자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던 아니 실제로 구도자의 길을 걸었지만 이내 다른 길로 접어들고 만다. 아마 우리 인생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싯다르타가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인생 여정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속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내 다시 강물의 소리를 그리고 사물의 소리를 들으면서 진정한 성인의 길로 들어가게 된다.
싯다르타에게 있어 바수테바와의 만남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강물이 웃는 것을 들었지요?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듣지는 못했을 거예요. 함께 웃어 봅시다. 그러면 당신은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만남이 중요하다. 그것이 유형의 만남이든 무형의 만남이든 이 만남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사물의 소리를 진지하게 들어볼 기회가 우리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건 도시의 소음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음 속에서도 우리가 새롭게 깨달아야 할 주변의 소리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나만의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싯다르타는 결국 잃어버린 소리를 찾은 것이다. 책을 덮으며 한 가지를 생각했다. 우리도 우리가 잃어버린 소리가 있을텐데 그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일상은 무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우리가 그 일상에서 찾지 못한 소리가 있다. 자세히 보거나 듣고 오래 보고나 듣는다면 우린 그 무료한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