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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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엔 특이한 곳이 있다. 언덕 같기도 한데 산 같기도 하고 도데체 정체가 무엇인지 모를 그런 곳이다. 얼핏 보면 산인데 일반적인 산의 모습 같지 않아서 특이한 곳 바로 이곳이 오름이다. 

 

제주도엔 참 많은 오름이 있다. 그 중 어승생 오름은 처음 들어본다. 사실 책을 만나기 전까지 이런 오름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책은 제주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시작한다. 제주의 기원부터 들어가 제주도가 되는 과정 그리고 오름이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개괄로 이야기한다. 

 

제주엔 많은 오름이 있지만 오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책은 오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이 과학적 접근이 어떤 독자들에겐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도 하겠지만 어떤 독자들에겐 더 흥미를 끌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단순하게 오름에 대한 기행문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건 기행문이 아니라 과학 서적이란 생각이었다. 제주의 기원에서 화산 작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그리고 오름에서도 화산 활동 중의 마그마의 파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분석구에 대한 이야기 등 여행으로 쓰는 기행이 아니라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 이야기를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중엔 기행문이 나오겠지 싶었는데 이 책은 끝까지 과학 도서로서의 역할만 하다 끝난다. 어쩌면 이런 기행문도 생태 혹은 자연 기행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뭔가 기행을 통해 삶을 만나는 그런 것이 아닌 오름의 식물과 동물 그리고 수난의 시대까지 자연 과학 도서에서 역사까지 다양한 경로로 오름을 소개하지만 왠지 딱딱한 강의 한 편 들었다란 느낌이 들 정도로 지루했다. 하지만 문과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지 이과가 보는 관점은 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오름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일 수도 있다. 다만 독자에 따라 반응이 나누어질 것이다. 오름에 대한 생태학적 보고 같은 이 책이 오름을 보는 혹은 오름을 오르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아무리 자연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스타일의 오름 기행서라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인문학도의 바람은 어쩌면 사람 중심의 학문을 했던 사람이기에 이런 인식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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