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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평점 :
생각을 달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 길들여져가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일까. 박찬휘의 딴 생각을 읽으면서 뭔가 색다른 사고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너졌지만 오히려 그런 기대가 무너짐을 통해 오히려 일상의 소소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다.
사실 유럽에서 17년간 차 디자이너로 활동을 했다고 하길래 뭔가 이 사람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딴 생각이란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뭔가 보통의 사람들은 감히 생각도 못할 독특한 감성의 디자인을 보여줄까? 아니면 일상 자체가 워낙 독특하여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일까? 암튼 이런 저런 생각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딴 생각은 22개의 꼭지로 되어 있는데 이 이야기들은 우리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혹은 만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일상의 소소한 작은 것들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어떻게 본다면 별 것 아닌 것들이지만 이 안에는 무언가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저자의 많은 이야기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건 커피 이야기다. BMW 공모전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더구나 커피를 내려 마신다는 건 최근의 일이다. 그러다보니 아주 고가의 장비를 내세워 커피를 내리면 뭔가 특별한 것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생각을 하는데 훨씬 오래 전에 커피를 마시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낸 곳에서는 커피가 단지 기계 장비로 금방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우러나오는 깊은 맛을 선사한다고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 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는 법이다. 아마 저자는 이런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를 가져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설령탕 같은 글을 전해와 소소한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덤덤하게 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인생이건 소중하다. 비록 작은 풀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 나름의 가치와 빛이 있다.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기대는 실망을 낳았지만 그 실망은 오히려 밤하늘의 별 처럼 빛이 났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기분 좋게 추천해 줄 만한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