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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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은 책 읽어주는 친구들이란 카페에서 만난 흐르는 강물처럼님을 통해서다. 그 전에는 간헐적으로 그림을 본 적은 있지만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미술관에 가서 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난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다 강물님이 추천해 주신 책을 통해 그림을 접했고 이후로도 그 저자의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그림을 알게 되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챙겨 보지 못했지만 다른 저자의 서양미술사와 서양 미술에 관련된 책을 일부러 찾아 읽기 시작했다.

 

장동훈의 끝낼 수 없는 대화란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은 그림에 관련된 책이다. 그림을 너무 오랜시간 동안 멀리하고 지냈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그림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느낌을 머리 속으로 그려가며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익숙한 그림이 나오면 그 그림대로 익숙하지 않은 그림이 나오면 그 그림대로 비록 작은 도안이지만 꼼꼼하게 그림을 보려 했다.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이야기도 귀를 기울였는데 그림 하나에 이토록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주세페 카스틸리오네란 작가를 처음 들어보는데 그림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카스틸리오네는 이탈리아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중국의 화가로 활동했다. 당시 동양화와 서양화는 명백하게 구분이 되어 있었다. 지금도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분이 있지만 서로 영향을 받아 서양화 속의 동양화 그림이 녹아 있고 동양화 속의 서양화 그림도 엿보인다. 그런데 1700년대에 이것이 가능했을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미션 임파서블한 작품을 만든 사람이 바로 카스틸리오네다. 더구나 그는 화가와 선교사의 경계선에 있던 인물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작가와 그림 그 시대 상황까지 이야기를 하며 독자들을 그림의 세계로 이끈다. 단순히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대화하게 만든다. 묘한 흡입력이 있다. 아마도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냥 그림에 대한 설명이라면 별로 흥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묘한 여운이 남는다. 그림도 사유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한 여운이다. 마치 오래도록 입가에 남겨두고 싶은 향의 차를 마신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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