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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시선 - 개정판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어버이날이라고 하면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생각난다. "낳으시고 기르시는" 이런 가사만 보아도 남자들이 흔히 군대에 가면 아버지란 존재보다
어머니란 존재가 더 많이 생각나기도 하다. 실제로 아버지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으니 어버이날에 어머니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버지나 어머니 둘 중 어느 한 명이 부재한다면 자녀는 절대로 태어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이승우의 한낮의 시선은 아버지의 존재가 없는 것처럼 느낀 아버지를 우연히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실 이 소설은 내용만 보아서는 별 것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길게 끌어가는 것도 작가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좋게 보자면 내면의 심리를 파고 들어 한 사람의 고민과 고뇌를 잘
풀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겠고 나쁘게 보자면 간략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 지루하게 질질 끌어간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를 만나게 된다.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부정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아버지야말로 그런 존재지" 작가는 교수를 통해 주인공에게 아버지란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아버지는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 질문에서 소설은 출발한다고 여겨진다.
많은 자녀들에게 있어 아버지는 부정당한 존재였다. 있지만 없는 것 같은 존재, 아버지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문득
궁금해 찾아간다. 먼저 아버지를 아는 존재에게 아버지가 실제로 있는지를 물었고 그것이 확인이 되자 직접 찾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만나도 이번엔
자신이 부정당한다. 부정당한다는 것은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녀에게 있어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여서 이 탐구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지만 소설은 어찌되었든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이야기다. 이런
점을 제외하고는 소설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질질질 너무 끌어가는 정말 따분한 그런 이야기다.
이승우가 젊은 시절에 쓴 소설을 읽으면 정말 좋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젠 나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그만큼 신선한 맛도 그렇다고 깊은
내공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기대는 하고 읽었는데 아버지란 누구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안겨준 소설 이것 이상의 더 좋은 의미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