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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시골책방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들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1년 6월
평점 :
어릴 때 그냥 헌책방 주인이 되어도 행복하겠다란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꿈꾸고 막연하게 동경했던 어쩌면 현실적인 삶이 어떠한지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겠거니 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방을 하기 위해 임대료와 월세 등 금전적인 부분이 들어간다는 것과 책을 사러 손님이 많이 오지 않는 그래서 수입이 별로 없는 현실적인 부분을
알고 난 다음에는 감히 책방 주인을 하겠다는 꿈을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속엔 책방 주인을 동경한다.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란 책을 읽으면서 먼 훗날 건강을 잃지 않는다면 이런 삶도 괜찮겠다란 생각을 했다. 저자는 용인에 시골책방을
열어 책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고백은 의미심장하다. 쉬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기에 그렇다.
"사실 책 한 권을 파는 것보다 커피 한 잔을 파는 것이 더 이익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커피 한 잔을 파는 것보다 책 한 권을 팔면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마치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은 기분까지 듭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쩄든 돈이란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 저자의 의미심장한 글을 읽는 순간 우리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순진한 생각이라고 해도 어딘가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그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 때가 참 많다.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좋아하는 일은 그저 이상향이나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저자도 나름 고민했을 것이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냐 어떤 삶이 나쁜 삶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에 다양한 나무가 있는 것처럼, 들에 다양한 꽃과 식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저자의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괜찮아지고 있다, 이 말 속에는 상황에 대한 복합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란
느낌이다.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저자를 응원하고 싶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동경하고 꿈꾸는 나의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조용히
눈을 감고 풍경을 상상한다. 책과 바람과 숲의 향기가 있는 그곳을. 언젠가는 나 역시도 책방 주인이 되어 하루 하루 달라지는 풍경 속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람과 숲의 향기를 느끼며 책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