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로 읽는 한국 현대사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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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엔 호외란 것이 있었다. 당시엔 조금만 사람이 모인 곳에 가도 호외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호외가 김일성 사망 소식이었다. 이후에도 호외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엔 호외는 그저 옛 추억쯤으로 생각했다. 호외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모든 건 실시간 검색으로 인터넷에 뜨기 때문에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운현의 호외로 읽는 한국현대사란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놀란 사실이 있었다. 그건 호외가 요즘에도 발행하였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호외란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춘 구 시대 산물쯤으로 생각했지 이것이 요즘에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뜻밖의 사건이었다. 예전처럼 호외가 그 기능을 잃었다고 해도 발행했다는 자체가 그저 놀라움이었다. 그래도 이전 시대였다면 주요 뉴스로 다루었을 내용이 우리나라 호외 가운데는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호외란 건 신문이 발행되기 전 긴급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발행하는 신문이다. 호외는 거리에서 뿌리는 신문이었다. 긴급한 뉴스를 가장 먼저 알리기 위한 방편이지만 요즘 같이 인터넷으로 퍼지는 세상에서 호외란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리 없다. 

 

책은 호외를 통해 읽는 한국현대사란 타이틀 말고는 딱히 읽을 거리가 많지 않았다. 물론 현대사의 주요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조금은 깊이 있게 현대사를 접근하려고 하는 독자들보다 이제 막 현대사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알기를 원하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펴낸 것 같다. 그래도 호외 하나 하나 그 사건들로 들어가 저자가 이야기하는 그 시대의 역사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미 현대사를 한 번이라고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주 굵직굵직한 사건이 호외로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반면에 현대사에서 미처 읽지 못했던 사건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이 호외를 대신하는 시대에 과거 한 때나마 세상에서 가장 빠른 뉴스를 접해본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에겐 아늑한 추억의 그 시절을, 누군가에겐 현재 볼 수 없는 역사적 유물을 만나는 것이리라. 호외 역시 우리 역사의 기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기에 호외를 통해 보는 사건에서 우리가 걸어왔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이 주는 장점은 바로 교과서에서 제대로 배울 수 없는 역사에 어떤 기록이 있었는지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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