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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ㅣ 페이지터너스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빛소굴 / 2023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다보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가 생각난다. 피렌체와 일본을 오가며 연인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그들의 시점을 보게 되는데 OST 또한 빼놓을 수 없었던... 그러나 영화의 내용과는 다른 것이 치정 범죄의 추리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내용을 봤을 때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젊다고 사랑을 모르는 것도 아닌, 나이를 먹었다고 지난 사랑에 초연해지는 모습을 보면 딱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었다.
작가인 이렌 네미롭스키. 유대인 태생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이다. 불과 서른 아홉의 나이에 강제수용소에서 사망한 여인. 『뜨거운 피』는 그녀가 남긴 몇 안되는 작품 중 한 편인데, 역자 후기에 보면 메모가 이렇게 남겨졌다고 한다. "정작 자신들은 젊은 시절에 불륜을 저지르고도 자식들의 '뜨거운 피'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 세대."
이 작품은 오랫동안 초반부만 남겨져 있었는데 이렌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면서 남편이 후반 작업을 중단했고, 다행히 60여 년이 지난 다음에 초안과 원고들이 발견되어 복원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혼자 고독하게 사는 실비오와 돌고돌아 첫사랑과 알콩달콩하게 사는 엘렌과 프랑수아.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
젊을 때 모험을 좋아했던 실비오조차도 나이드니 고향으로 돌아와 주변인들에게 무관심하고 소박한 것들과 고독을 즐긴다.
타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마을 사람 전체가 쉬쉬하는 상황. 그들은 자신에게 타인의 눈길이 쏠리는 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망하고 사랑하고 절망하며 타오르는 불길처럼 불나방처럼 뛰어들고야 마는 사랑의 감정.
영원한 비밀도 영원한 사랑도 없다는 것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이 책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