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 무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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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마키아벨리하면 『군주론』만 생각났는데 이제 『피렌체사』를 그의 역작으로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책표지를 보면 피렌체 구엘프의 문장 <흰색 바탕에 붉은 백합>이 전면을 장식한다. 그 안에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로렌초 데 메디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집권을 위한 다툼이 그려져 있다.

 

이탈리아 하면 오랜 로마 역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메디치가의 예술 후원과 관련해서 많은 예술가가 탄생했고. 이 정도가 알고 있는 정도.

 

마키아벨리가 쓴 『피렌체사』는 클레멘스 7세 교황에게 바치는 피렌체의 통사(通史)를 담고 있다. 클레멘스 7세가 누구던가?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아들로 본명은 줄리오 데 메디치이다. 

 

마키아벨리의 글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는데 국내에서 최초로 피렌체사를 번역한 이 책이 내심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780페이지의 분량을 2년에 걸쳐 해석했다는 것도 그렇고 처음 읽는 독자에게도 다가가기 쉽게 그림과 지도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주석이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쓴 노력이 보였고, 이 방대한 양에 오탈자가 안보였던 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살짝 아쉬운 점은 삽화 그림이 흑백인 정도?

 

책 내용을 살펴보면 헌사와 서문, 본문의 제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와 그의 아버지 조반니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지만, 그 이전의 자료가 미흡하다고 생각해 피렌체의 기원부터 쓰기로 했다고 밝힌다.

 

그 내용이 로마제국의 쇠퇴부터 1434년까지 이탈리아 전체사와 외국과의 전쟁, 내부 분열을 다루고 있는 제1, 2, 3, 4권까지의 내용이다. 제5권부터 추방당한 코시모 데 메디치가 피렌체로 복귀하는 시점, 15세기 중반부터 사건과 전쟁 등의 내용이 이어지다가 1492년 로렌초 데 메디치의 죽음으로 제8권이 끝난다.

 

『피렌체사』지만 피렌체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탈리아의 기원과 그 외의 나폴리, 베네치아, 밀라노, 로마 등 주변 관계국와 국내의 정치 상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단순히 주변 국가와의 전쟁과 내부 정치 상황을 다룬 책이라고 봐도 좋을 듯 싶다. 크게 보면 그렇지만 마키아벨리 하면 『군주론』이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다면 이 책은 공화정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여당, 야당 나누는 것처럼 피렌체도 그 당시 권력과 정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 구엘프의 교황파와 기벨린의 황제파가 집권을 다퉜고, 기벨린이 실각한 이후에는 시뇨리·평민과 귀족으로 다툼이 일어났다. 책을 읽다보면 계속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독재를 염려하는 주동 세력이 계속 반대파를 제거하고 축출하고 끊임없이 내부 분열이 일어난다. 메디치 가문도 시민들의 인정을 받으면서도 추방당하고 끝내 반대 세력에 목숨을 잃는 줄리아나가 나오지 않았던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만을 옹호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공화정과 군주정을 다루고 있다. 오늘날 군주론만을 마키아벨리즘이라고 기억한다면 죽기 바로 전에 저술한 피렌체사를 다시 읽어보기를. 

 

무거운 분량만큼 멋진 구절도 많다. 하인후 역자의 말처럼 피렌체를 통해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피렌체의 역사를 보면서 오늘날뿐만 아니라 옛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4국 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정치 세력이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나라 또한 외세의 침입과 전쟁이 있었고 굴욕도 있었으며, 지배 세력의 다툼으로 나라가 망해가는 징조를 보이지 않았던가?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사를 쓴 하나의 고심도 엿보였다. 무릇 그 시기 역사를 쓴다면 진실을 거스르지 않고 모든 이를 만족시키기가 어려울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냈다고 밝혔다. 또한 극심한 내부 분열이 있었음에도 피렌체가 망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점을 칭송하고 있다. 물론 메디치 가문에 대한 고난과 역경, 그럼에도 훌륭한 점을 담고 있다.

 

책에서는 교황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밝힌다. 

 

"교황들은 때로는 종교를 위해, 또 때로는 자신들의 야심을 위해 새로운 이방인들을 이탈리아로 끌어들여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는 짓을 결코 그만두지 못했다. 교황들은 어떤 군주든 그를 강력하게 만든 뒤에는 곧 이를 후회하고 그의 파멸을 추구했으며, 자신들이 약해서 계속 보유할 수 없는 지역을 다른 이들이 소유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또한 자신의 반대 세력을 축출할 때나 하나의 힘을 모아야 할 때 한 사람이 나서서 연설하는 글들이 인상깊었다.

 

"우리 앞에서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는 그들의 오랜 혈통에 주눅 들지 마십시오. 모든 인간은 그 기원이 같아서 너나없이 똑같이 오래되었으며, 자연에 의해 단 한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그들을 모두 발가벗겨 보십시오. 우리와 그들이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오직 빈곤과 풍요만이 우리와 그들을 다르게 만드는 유일한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고 용병을 고용해 전쟁을 벌이면서 이로 인한 문제점들을 마키아벨리는 비판하고 있다. 전쟁에서 패한 군인들은 약탈당할 뿐, 포로로 잡히거나 죽지 않았고 그래서 고용주가 새로이 말과 무기를 제공해 주면서 그 즉시 승자를 다시 공격했다.

용병을 통제하려면 승자든 패자든 통치자들은 똑같이 돈을 제공해야 했다. 패한 군주나 공화국은 용병들을 새롭게 무장시켜야 했고, 반면 승리한 군주나 공화국은 그들에게 보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쟁뿐만 아니라 피렌체의 공화정에 대한 입장도 밝히고 있다.

 

"어떤 분열은 공화국에 해롭고, 또 어떤 분열은 공화국에 이롭다는 말은 진실이다. 다시 말해 파벌과 반목을 동반하는 분열은 공화국에 해로우며, 파벌과 반목을 수반하지 않은 분열은 공화국에 이롭다. ... 그러나 공적인 방식뿐 아니라 사적인 방식으로도 이기적인 동기로 그 시민들을 따르는 당파적 지지자가 없다면, 그 시민들은 공화국에 해를 가할 수 없고, 오히려 도움을 준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화국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들 각자는 공화국의 자유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서로를 감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렌체의 분열은 늘 파벌을 동반했고, 그 결과 항상 공화국에 해로웠다."

 

역자의 멋진 완역에 비해 서평은 매끄럽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움을 가지면서... 내용이 방대해서 읽음에 어려움은 있지만, 각 권의 제1장만 읽어도 하고자 하는 말은 담고 있다. 마키아벨리 저자가 쓴 역사책 이전에 이탈리아의 역사와 메디치 가문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로울 책이기에 추천해 봅니다!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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