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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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제인 에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했다. 그러나 읽으면서 <레베카>의 내용도 보였고 손필드 주택 단지와 에드워드 로체스터의 주택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과정을 보았을 때는 추리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배경으로 보였다.

 

살인과 실종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은 제인의 이름을 쓴 고아 소녀가 상류 사회를 동경하며 경험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가미되기도 했고. 최근에 읽은 <세이프>의 1인칭 시점과도 닮아 있다. 그러나 <기척>이 다른 점은 총 Part 13까지 구성되는데 글을 쓰는 등장인물의 시선이 나뉘어져 있다는 점이다. 제인과 베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고 에디 Part는 하나이다. 

 

이렇게 봤을데 단순한 삼각관계 미스터리소설 같지만, 실질적으로 전개되는 방향이 <제인 에어>의 결말과 다르다. 또한 제인이 사건의 단서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이나 베가 밀실에 감금되면서 일어난 과정을 일기로 이어나가는 과정이 여느 소설과는 달랐던 점 같다.

 

옛 고전의 내용을 틀만 빌려왔을 뿐, 등장인물의 배경과 직업, 결말이 다른 모습에서 더 재밌게 읽힌 것 같다. 

 

자신의 주택 밀실에 갇혔지만 사람들에겐 실종되어 죽었다고 알려진 베. 위탁 가정에 살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친구의 이름을 빌려쓰고 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제인. 베의 남편이고 두 여자 사이에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 에디. 모두 숨겨진 비밀이 있는 등장인물들. 베와 보트에서 술을 마시다 두개골이 깨진 채 발견된 블랜치. 그 현장에서 있던 블랜치의 남편 트립.

 

제인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자신의 발목을 잡는 과거와 존이 있었지만 베 또한 이유없이 밀실에 갇힌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이 소설의 반전이라면 반전이고.

그것보단 베, 제인, 에디의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셋은 과연 어떤 의미로서 서로를 대하고 사랑했던 걸까? 

 

미친 사랑. 이것이 결말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었다.

한 사람의 비뚤어진 성격과 욕망.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벗어나려는 사람. 비집고 들어선 한 사람. 그냥 한 사람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다 놀아났다고 생각되면서도 참 안타까운게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변했을까? 그런 환경을, 주변 사람이 만들어 낸 합작품으로 한 사람의 괴물이 탄생하지 않았나싶다. 

 

끝으로, 레이철 호킨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한 말 <제인 에어>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장난해, 제인? 너는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잖아'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여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데 그것이 이번 소설을 쓴 재해석한 결과이다.

 

 

 


 

*오드림 2기 활동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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