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 - 간호사 비자의 마음 처방전
최원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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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친구들 중엔 간호사가 꽤 있는 편이다.  당시엔 친구들이 간호학과 공부와 3교대 근무에 대해 자기네들끼리 전문용어로 아는 말을 할 때 소외감을 느꼈고 어느순간 거리감까지 느껴졌다. 고등학교 함께 했던 친구들은 그렇게 제각기 자신의 직업을 찾아 열심이었다. 나는 방대한 양의 공부와 피를 본다는 것에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그 일이 어느새 익숙해 보였던 친구들이 대단해보였다. 

 

이번 간호사겸 작가로 활동중인 비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간호사 또한 감정노동과 직장내 스트레스에 자유롭지 못하구나 새삼 느꼈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야하는 것. 희(喜), 로(怒), 애(哀), 락(樂)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번 에세이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고,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직장인이며, 같은 사람인 것에 연민을 가지게 된다. 또한 중요한 것은 희생과 봉사정신이 투철해야만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 의학을 공부한다는 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기에 그들의 사명감에 존경을 표한다. 간호학과를 졸업하며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지 않는가. 의사 또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듯이. 항상 사람의 생명과 연관되는 곳엔 의사와 간호사가 있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감전된 것처럼 우리 앞에 찾아온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아등바등 내게 주어진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연달아 환자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인간의 삶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끝나는지, 죽음 앞에선 또 얼마나 무력해지는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 날이었다. (... )우린 모두 죽는 거구나.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구나. 나도 언젠간 죽는다는 사실을,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자주 목격하며 우리가 '하루'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하루는 생각처럼 평범하지 않다. 가끔 지나치게 지루하고, 또 진부하게도 느껴지는 반복되는 일상이 절대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토록 불확실한 생에서,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운 좋게 하루를 잘 버틴거다.  (...) 누군가는 갖지 못한 오늘을 우리가 가지게 된 것이니 이 하루를 어영부영 보내지 않기로 했다. 어느 순간 사라질 이 시간을 잠시나마 손에 쥘 것이다.

 

간호사로서 온갖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아픈 환자를 상대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저자는 간호사 이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들의 세계에서 숨기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글로 써냈고, 인터넷에 연재하며 많은 질타도 받았지만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렇게 그려온 그림이 글과 함께 이번 책으로 엮어지면서 오늘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하고 있다. 단순히 간호사의 일상이 아닌 그 와중에 삶과 죽음,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불합리한 대우들에 대해서, 앞으로 꿈꾸는 미래에 대해서. 그래서 공감하며 읽었던 이번 에세이였다.

 

 

 

 

*이 책은 상상팸 13기 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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