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탐험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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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은 '해저 2만리'에 나온 삽화 그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잠수함을 감싸던 대왕 문어였던가 오징어였던가 그런 그림이었다. 그 당시 공상과학소설이라 해서 쥘 베른의 책들이 추천도서로 읽히던 시절이었다.

 

어릴 적 전래동화엔 달에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산다고 표현되었고, 내가 좋아하던 세일러문 만화에선 주인공 세라가 달의 요정으로 그의 친구들과 지구를 구하는 영웅으로 표현되었다. 서양에선 보름달이 뜨는 날이 불길하게 여겨졌고. 이처럼 우리에게 가깝고도 익숙한 '달'은 동.서양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에 읽은 '달나라 탐험'은 쥘 베른의 또 다른 소설이다. 요즘은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SF소설이라고 장르를 구분하는 것 같다. 그말이 그말이지만! 김초엽이나 천선란 등의 신인 작가들도 많지만, 우린 아마 책보다 영화로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 옛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가 익숙한 시절이 있었는데 우주에 대해 온갖 상상이 난무했다. 지금은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관심있는 팬들도 많고.

 

이렇게 책보단 영화로 익숙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쥘 베른을 대단하다고 하는 이유에는 그 당시 지식과 과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통찰과 예언을 하면서 이런 SF장르 형성에 기여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가 쓴 '경이의 여행' 시리즈는 잠수함, 우주여행, 비행기계, 입체 영상 장치 등 현실보다 앞선 작품 속에서 발명되거나 실용화된 것들이 많다. 또한 단순한 모험이 아닌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지구의 중심, 극 지방,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등의 웅장한 규모를 갖고 있다. 지리학, 천문학, 동물학, 식물학 등의 많은 정보와 지식이 있기에 '백과사전 여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책을 읽어보면 실제 미국과 소련의 1960년대 경쟁으로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달에 인간이 착륙하는데 여기에선 186X년 미국인 2명과 프랑스인 1명이 주인공이다. 대포 클럽이라는 명칭 아래 기부금을 모아 포탄을 달에 보내 연락을 취하기로 한 대사업.  결국 회장 바비케인과 니콜, 모험가 미셸 아르당, 개 두마리 새틀라이트와 다이애나, 각 종 씨앗과 관목, 수탉과 암탉 7마리가 동행했다. 

 

처음의 계획대로 달에 발을 내딛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포탄은 운석으로 인해 궤도를 이탈하는 상황에 이른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면서 개 한 마리가 사망하고, 그 사체를 우주 밖으로 내던지지만 죽은 개는 포탄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 실린 삽화는 조금 무섭게 느껴짐!

 

책 중간중간에 흑백의 삽화가 실려있는데 뇌빌과 바야르가 제작했다고 한다. 내가 읽은 '해저 2만리'도 알퐁스 드 뇌빌의 작품이었나!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에서 이들의 삽화가 눈의 피로도를 풀어주었다. 

 

달에 착륙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지구로 역귀환하는 상황을 맞이해 아이러니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달 주변을 돌면서 관찰한 달의 표면에 대한 내용은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의 연속이었으며, 우주에 있으면서 겪었던 현상에 대해서도 새롭게 과학의 발달에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과 맞지 않는 일부의 내용은 번역가가 주석을 달아 사실을 전달했다. 그리고 해설에서 쥘 베른 작가와 작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기에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먼저 쓴 '지구에서 달까지'의 주요 사건과 모순, 오류를 바로 잡아 이번에 '달나라 탐험'을 썼다고 하는데 속편 격으로 볼 수도 있다. 이야기 자체는 포탄속의 한정된 공간에서 세 사람이 겪으면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딜레마에 빠진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생각과 결론 도출을 지켜보며 그들의 무사 귀환에 마음을 졸이게 된다. 비록 달 착륙에는 실패했지만 몰랐던 사실과 그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부분들을 직접 보며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 지구 귀환이 재밌게 느껴졌던 쥘 베른의 이번 '달나라 탐험'이었다.

 

아 참, 유네스코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국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 순위에서 줄곳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고 있다고 한다. 베른을 아동용 판타지 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당시의 놀라운 발명품과 SF의 내용들은 크게 환영받았지만, 과학 발전이 그것을 능가하면서 우리 이후의 세대에겐 시시하고 평범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사람이 다단계 로켓에 타고서 대기권을 벗어나서 달의 중력이 미치는 곳으로 가 무사히 착륙한 후 과학적 관측을 한 다음에, 지구로 무사히 돌아온다는 것은 쥘 베른의 엉뚱한 상상 속에서나 가치있는 일이죠. 저는 미래가 어떻게 발전하든지, 인간이 그런 항해를 할 수 없으리라고 장담합니다.  -리 드 포레스트 박사, Lewiston Morning Tribune 1957년 2월 25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앞서 말했듯이 쥘 베른의 엉뚱한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 지금, 쥘 베른에 대한 연구가 과학기술 전문 잡지에서 그의 작품을 연구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쥘 베른은 그 당시 19세기 시류를 타고, 또는 시류보다 앞서 나아간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열림원 출판사에서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을 펴낸만큼 쥘 베른의 SF세계가 궁금한 분들을 읽어보시길. 

 

2022년 6월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우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훗날 달탐사에도 성과가 있기를 바라며 쥘 베른의 '달나라 탐험'을 미리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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