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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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제목과 책소개가 베일에 쌓여있어 가족이야기이긴 한 거 같은데, 백수들만 모여 밥만 축내는 식충이들의 이야기로 감을 잡았다.

 

책을 실제 읽어보니, 가족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다만 제대로 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규직이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수경에겐 나름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지만, 수면제를 타 성폭행 미수에 그친 사건이 일어나면서 대인기피증에 시달려 집안에만 있었다. 그의 남편 우재는 착하기만 하지, 집에서 컴퓨터로 해외 선물거래에 빠져 돈을 벌지 못하고, 시아주버니가 이혼하고 그 집에 눌러사는 조카들 준후와 지후, 그리고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려먹고 큰 딸 집에 사는 아버지 양천식과 어머니 박여숙까지. 비좁고 낡은 30년 된 빌라 15평에 여섯 식구가 모여 산다. 

 

돈은 못벌면서 고기 타령하는 남편을 보며 수경은 이래선 안된다고 다들 일하러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본인이 먼저 배송 업무를 시작하는데 아직 못미덥고 불안한 엄마 여숙까지 출동한다. 뒤에 남편 우재까지 더이상 제자리인 거래에 현실감을 느껴 배송에 팔을 걷고 나서고, 저녁에 대리기사로 일한다. 아빠 양천식은 도보로 음식배달을 한다. 조카 준후는 일찍 돈버는 것에 눈을 떠 아이들을 거느려 총판이라는 우두머리로 돈을 번다.  돈 못버는 삼촌에게 돈 버는 구조를 모른다고 할 만큼 나름 똘똘한 녀석이다.  

 

책은 플랫폼을 기반한 앱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활용하는 노동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수경과 여숙은 배송에서 이제 헬프 미 시스터라는 앱을 통해 일을 한다. 고객의 평점이 중요한데 여성 시장을 주요고객으로 하는 이 앱은 이제 90%이상의 승낙과 한 시간 이내의 답신을 요구한다. 살아남고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어버린 노동 시장.

 

오늘날 스마트폰과 앱을 통해 주문하고, 배송받고, 은행, 생활 행정 등 각종 일처리를 하게 됨으로써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다. 비대면이라 편한 점도 있고, 일일이 설명듣고 행동하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만, 책에서 우재가 말한 것처럼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사람과 부대끼며 맺는 유대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대책이 필요해보인다.

 

평범한 소시민가정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모습이 그래도 모나지 않은 가족 사이에 애정이 느껴져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준후와 은지의 10대 모습이 마냥 예쁘게만 보이지 않아서 씁쓸하고,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보라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에 이사를 가게 되지만, 아직 수경의 얼굴에서 웃음이 보이지 않았다는 말에 주목했다. 이 다음번 이사에선 수경이 제일 먼저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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