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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4 - 잊을 수 없는 맛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11월
평점 :
제목이 잊을 수 없는 맛인데 이것은 16- 청국장을 얘기하지만 나는 청국장보다도 더 강하게 끌리는 것이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의 기본이다.
최고의 맛을 찾아서 전국유람을 다니는 것에 이끌려 나 역시 식객의 노예가 된 것 같은데 단순히 음식의 종류나 식재료를 중심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음식의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고민해 보았다는 점, 이 4권에서는 그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음식의 기본이라...
바로 ‘소금’이다. 얼마 전 우리집에서도 바로 그 소금 때문에 난리가 났었기에 궁금증과 기대를 잔뜩 한 것은 사실이다. ‘뭐 아무 소금이나 대충 간만 맞으면 되는 것 아닌가,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도 않은 소금이 뭣이 중요하다고!’ 이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나에게 17-소금이야기(곰소소금) 편은 무척이나 새롭고 흥미로워서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품질의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이 바로 전북 변산반도 근처에 있는 곰소에 있다. 그 곳에서 젓갈도 유명하지만 그 맛있는 젓갈이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곰소소금으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중국산 소금과 우리의 천일염의 맛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 미네랄의 함량, 모든 음식의 맛을 좌우라는 것이 바로 이 소금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선 그 곰소소금을 만드는 곰소염전에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그 소금기배인 바다의 향기도 맡아보고 5월에 가면 송화가루가 염전에 내려 앉아 은은한 소나무향이 나는 최고급 곰소소금이 만들어진다는데 꼭 그 향을 직접 맡아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연이 주는 혜택을 돈이나 안락함과도 바꾸지 않고 어리석을 정도로 우직하게 염전을 일구고 있는 그 정직한 소금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기 때문이다.
4권에서는 인공적인 맛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맛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특히 눈에 띈다. 17-소금이야기에 이어서 19-천렵은 작은 시내에서 어항과 떡밥을 가지고 민물고기를 잡는 이야기인데 많이 잡아서 얼큰하게 매운탕 끓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종 개발바람을 타고 하천을 파헤치고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문제를 삼순이라는 정체불명의 여자를 등장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많이 먹는 것보다 자연과 같이 숨 쉬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해 보았다. 계속해서 자연을 좀 더 악착같이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인간의 탐심과 대조적인 그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덜 먹고 덜 소유하더라도 있는 생명이 있는 모든 만물들이 그 모습 그대로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청계천복구사업 이후 도시에서도 계속 인공벽을 만들고 인공분수를 만들어 눈에는 보기 좋고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 자연친화적 도시를 만든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대통령의 야무진 꿈을 꾸며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구청장이나 시장이 참 한심하고도 안쓰럽게 여겨졌다. 이유는 세금으로 당장 공사를 해서 새롭게 확 바꾸는 것이 사람들에게 크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라 기대하는 그들의 얇고도 빈약한 환경에 대한 지식에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좀 더 한 사람의 생명체적 입장에서 놓고 즐기며 생각하며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지녔다면 자연을 훼손하는 '공사'대신 오염된 공기와 물, 그리고 사람들의 찌든 마음을 닦는데 더 필요한 근본적인 일을 할 텐데 말이다.
조경사의 권유대로 비싼 나무 한 그루을 심고 주변에 커다랗고 단단한 보호막을 설치하는 대신 우리 산천에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을 벌겋게 드러난 공원과 구릉에 많이 심어 진정한 '쉼'을 줄 수 있는 20년을 내다보는 안목을 지닌 구청장들과 시장들을 뽑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그리고 역시 만화는 재미가 최고인데 노숙하면서 여자친구도 사귀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복분자주를 들고 나타나는 자운선생의 엉뚱한 에피소드도 자꾸 더 보고 싶어졌다. 외모도 도인같고 하는 행동은 위선이라곤 없는 양반이니 더더욱 독특한 캐리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