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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3 - 만두처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7월
평점 :
인터넷을 뒤지면 비슷비슷한 조리방법이 나오는 현대음식이 주인공이 아니라 만들기 어려운 전통적인 우리음식을 주제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 나에게 있어서 이 식객을 벗어날 수 없게 하는 매력인 것 같다. 특히 61-소 내장에 대하여는 이미 3권에서 소고기전쟁을 통해 소라면 눈물 쏙 뺄 만큼 많이 보여주었는데 설마 더 있으려구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는데 소 내장편만 봐도 머리가 복잡함 그 이상이었다. 육회와 천엽을 특히 좋아하시던 돌아가신 삼촌 생각이 났다.
특별히 맛난 음식, 익히지 않은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실 줄 알았던 삼촌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 동안 우리집에서는 육회나 곱창, 천엽은 금기시 되어 버렸고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기' 외의 뼈나 다른 부분은 먹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한동한 설렁탕집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소의 '간'이 종종 식탁에 나온다. 그만큼 소는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물질과 냄새나는 그 융털돌기 하나하나를 손으로 북북 문질러 씻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괜스레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4개의 위를 하나하나 깨끗이 씻어서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tv나 잡지에서 조차 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그런 과정을 거쳐야지만 곱창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론 곱창집에 갈 수나 있으려나하는 생각이 든다.
64-식혜는 역시 실화여서 그런가!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창작의 고통을 짊어지고 사는 작가들의 고통과 그 고통을 이길 수 있게 하는 작지만 강한 격려가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장 아껴먹고 형에게도 인색할 정도로 조금씩만 떠다주던 기억이 뚜렷이 있는 식혜는 내 생일인 1월이면 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셨다. 아마도 내게 식혜만큼은 형보다 오로지 '나'를 위해 주신 선물이란 생각에 그렇게도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그렇게 빼빼 마른 허영만작가가 만화에는 둥글고 넓은 얼굴에 곱슬머리까지 얹은 모양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우습긴 하지만 실제로 새벽에 가서 스케치한 그림을 토대로 정확한 배경을 잡았다는 취재후기를 읽는 순간, ‘아! 괜히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었군! 이렇게 잠도 못자고 광화문까지 가서 그 새벽에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해서 나온 책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