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사랑하고 말고!
킴 풉츠 오케손 글, 에바 에릭손 그림, 김경연 옮김 / 현암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아이들을 위해 읽는 것이 동화라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인 것 같다. 분명히 동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부모를 위한 책들이
많아지고 있고 제대로 부모가 되려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 동화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렴, 사랑하고 말고가 바로 그런 책이다.
귀엽고 사랑스런 어린아이의 마음에 무엇이 자리잡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며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를 부모로서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 본 가족관계의 변화를 통렬하게 보여주는 이 대화는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너, 사람들이 왜 아기를 갖는지 알아?"
토르스텐의 집에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해 그의 친구 빌리가 이렇게 묻는다.
순진무구한 토르스텐은 좋은 냄새가 나기때문이라고 했지만 빌리는 뜻밖의 정답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아기를 갖는 건 말이지, 원래 있던 아기가 커서 밉고 귀찮아졌기 때문이야."

!!!
순간 폭소가 터져나왔지만 어떻게 이런 식의 사고를 할 수 있을까가 곧 이어졌다.
정말 사고의 전환이라는 것을 이럴 때 써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빌리의 생각이 엄청난 통찰력에서 나온 것만은 분명했다.'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집안에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가족이 한 명 더 느는 일일텐데, 그리고 마땅히 축하해야할 일이며 신나고 기대가 되는 일일텐데 어떻게 동생이 생기는 일이 먼저 태어난 형이나 누나에게서 그 원인이 있을수가 있을까! 정말 대단히 획기적이며 대단한 사고의 전환이다.

월요일에 시작된 이 하나의 질문을 가지고 화요일, 수요일로 넘어가며 토르스텐의 행동에 점차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엄마와 아빠에게 잘보이려고 전에 없이 착하고 순한 아이의 모습을 흉내내고 자신이 어디에 쓸모가 있는 존재인지를 매사에 확인하려 든다.
아빠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어야만 안심이 되어 잠이 들 수가 있는 토르스텐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 한 켠이 시려온다.

늘 말이 별로 없으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도 토르스텐처럼 저렇게 어린 나이부터 혼자서 끙끙 앓으며 자신이 부모에게 쓸모있는 아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다가 아예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약 아버지의 어머니께서도 토르스텐의 할머니처럼 아들 중 누굴 더 사랑하는 편애대신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사랑이 더 많아졌더라면 지금의 아버지의 모습은 아주 밝고 말씀도 자유롭게 하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한국의 과거와 현실은 책과는 사뭇 거리가 멀었다.
많은 형제들 가운데 한 번이라도 부모의 눈에 더 들기 위해 경쟁하며 노력해야만 했으니말이다. 나 역시 생각해본다. 내가 과연 아무 조건없이 아이를 사랑하며 애지중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은 어리니 그 생긴모양과 하는 행동이 엉성하더라도 앞으로 나아질 것을 굳게 믿으며 봐주고 있는 것일까?

만약 아이가 날 실망시키거나 내 기대에 못 미치게 된다면 남의 아이와 견주어 상처가 되는 말도 함부로 하게 될 날이 올까?그리고 정말 또 아이를 낳아 새로운 희망을 갖으려 할까? 이 대목에 오니 정말 숨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들며 지금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려는걸까하며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

'나도 부모로서의 나를 아주 믿지는 못하겠구나.'
누구와 비교평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조건없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고 사랑하는 부모가 되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구나를 실감했다.

토르스텐의 아빠는 '못난이'라는 별명을 부르며 아들녀석을 침대에서 아침을 먹이는 것으로 무한하며 조건없이 지속될 사랑을 표현했는데 나는 무엇으로 아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맹세할까? 그 시원스럽고 큰 눈망울을 보고 있을때, 내 등을 타고 올라가려고 나와 장난질을 치며 간지럼을 태우는 녀석을 내 인생에서 만난 것을 가장 감사한다.뭘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인생에 조건없이 와 주었고 아무런 생각없이 날 좋아라 따르는 녀석을 을 보면서 사랑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소중하며 위대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그 녀석이 나를 멀리할 수는 있어도 나는 도저히 녀석을 놓을 수가 없을 것만 같다. 내 인생을 참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 준 한 아이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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