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 가로세로그림책 2
베르나르 샹바즈 지음, 바루 그림, 양진희 옮김 / 초록개구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처음 열었을 때 자전적이 고백으로 시작되는 것에 뭔가 진지한 기분을 느꼈다.

아이들이 껄껄 깔깔 거리며 대충대충 그림만 보면서 책장을 넘기기엔 무게감이 확 끼쳤다.

그도 그럴것이 삽화 옆에 그 날의 역사적 현장의 사진이 흑백으로 같이 나와 있고

설명까지 붙어 놓았기에 단순한 동화가 아닌, 역사동화가 된 셈이기 때문이다.

 

9.11테러가 일어난 후 아랍인 이민자인 낫시르는 죽마고우인 존의 가족들로부터 앞으로는 존과 절대로 어울려서는 안된다는 차갑고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받는다. 테러로 존의 삼촌과 친척들이 목숨을 잃자 그 동안 가장 가깝게 지낸 던 이웃인 낫시르의 가족들을 테러집단과 한통속으로 엮는

존의 가족들의 모습에서 가장 가깝게는 우리 나라에서 일어났던 6.25사변이 떠올랐다.

 

북한에서 왔거나 부모가 이북에 살고 있으면 모두가 빨갱이로 몰아 사람취급을 하지 않고 적대시하던 그 무시무시한 분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 미국처럼 교육과 문화, 경제 수준이 앞 선 나라에서조차 이런 인종적 차별이 일어났다니 솔직히 쉽게 믿어지지 않았고 과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학교에서조차 낫시르에 대한 공개적인 차별과 소외가 공공연해지는 모습과 어린 낫시즈가 스무 살이 되기까지 성장하면서 겪는 고민의 정도를 보면서 이 일이 실제 미국의 9.11테러가 남긴

상처 이상의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미국인들을 죽인 빈 라덴과 역시 미국인이면서도 아랍계라는 이유로 빈 라덴과 동일시하는

미국 내의 이중적 잣대를 통해 어른들이 만든 전쟁이 어떻게 아이들의 성장과 우정을 한 순간에 깨뜨릴 수 있는지 그 심각성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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