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있는 고우영 삼국지, 이문열삼국지 세트를 즐겨 보았다.
왜냐하면 삼국지는 수호지나 그 밖의 중국역사보다도 훨씬 더 시대와 공간을 뛰어 넘어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판 삼국지를 tv로 본 후 이 범상치 않은 스케일이 다른 만화를 시간이 날 때마다 재방송을 챙겨보곤 했다.
그런데 오로라북스에서 나온 삼국지가 바로 EBS에서 방영해 주었던 그 만화 삼국지라니 정말 반갑고도 놀라웠다.
이유는?
처음엔 만화라서 어린이용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흘러 알게된 것은 일부러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알게 해 주려는 목적으로 만화라는 장르로 제작을 했다는 것이다.
방송으로 볼 때에도 참 잘 만들었구나라는 감탄과 함께 한국인이 만든 것과는 사뭇 다른 시각차이를 눈 여겨보는 즐거움이 더 컸다. 자연히 고우영삼국지와 이문열 삼국지의 같은 제목을 펼쳐 놓고 그 곳엔 어떤 식으로 나와 있나를 비교해 보게 되었고 내 생각엔 어느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일까도 분석해보는 재미를 갖았다.
고우영의 삼국지가 야사를 많이 첨부해서 아기자기하며 좀 더 여성적이라면 이문열의
삼국지는 다소 지루하고 교과서적인 경향이 있다.
중국인들이 세상의 중심을 자신의 나라, 곧 중국의 역사라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왜 그런 것일까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이 삼국지를 읽게 되면서는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정당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역사란 반드시 후회도 남고 오점도 남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비참한 실수까지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버려도 아깝지 않은 영웅담으로 인식하며 자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까! 이것은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행하는 역사왜곡과는 차원이 다른, 자신의 선조들의 판단과 선택에 대한 후손들이 바라보는 확고한 믿음과 자랑스러움이 중국이란 이런 나라였구나! 를 새롭게 바라보게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중국의 북경과 심양, 청도 등을 3차례에 걸쳐 출장을 가면서 느낀 것이 참 많았다.
한국의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만 접해왔고 믿어의심치 않았던 나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중국의 높은 경제발달과 함께 우리가 경쟁상대로 의식할만큼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서 충격에 빠졌다. 실제로 만나게 된 중국인들은 미국을 유일한 저희 나라의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었지 한국이나 일본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해안가에 근접한 도시들의 화려함과 웅장함은 밤에도 엄청났고 그들이 공산화로 잠시 주줌했다고 여겨졌던 문화와 역사에 대한 노력과 발전은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그 당시에도 멈추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고 찬란한 열매를 맺고 있었다.
중국의 문화는 미술이나 건축, 역사에 이르기까지 정말 대단했다. 그 뿌리가 동양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엄청났다. 중국에 대해 실제 눈과 귀로 보고 들은 후 이 중국판 삼국지를 대하니 엄청난 문화적 충격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동시에 이제부터라도 중국의 것은 중국의 시각에서 편찬하고 만든 것을 선택해서 보아야 그 문화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26권이 정말 엄청난 양이라 생각했지만 손에 잡을수록 뿌듯함과 함께 낮에 찌들었던 숨막히는 스트레스가 풀림도 동시에 느낀다. 왜냐하면 도시인의 생활이 사무실과 서울 근교에서의 소소한 경쟁에 매달려 사는 것이다보니 이렇게 광활한 세상을 활보하며 말을 타고 검을 휘두르며 큰 뜻을 품었던 영웅들의 세상이 훨씬 남자답고 인간다운 세상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